2012 모바일 대선 결과 논평

이 글은 2012년 국내 휴대폰 시장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특정 정당 및 후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12년 대한민국 모바일 대권 경쟁에서 삼성당에서 출마한 갤럭시 S3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갤럭시 S3 후보는 뛰어난 스펙과 한층 세련된 외모를 바탕으로 국내 유권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국내 득표수 350만 표를 넘기며 선거 기간 내내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고, 해외 유권자 층에서도 3천만 표 이상의 득표수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특히 삼성당은 선거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분기에 국내 지지율 70%를 돌파(가트너 발표)했는데, 이는 과반 달성은 물론 2010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사상 최대 지지율을 갱신한 것이다.

외국계 정당인 애플당은 선거 막바지에 아이폰5 후보로 배턴 터치하면서 큰 돌풍을 일으켰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이폰5 후보는 지지자 가운데 2, 30대 비율이 81%에 달할 정도(12.16 KT 발표)로 젋은층의 지지율이 높았지만, 5, 60대 뿐만 아니라 고른 세대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갤럭시 S3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석연치 못한 이유로 애플당의 배턴 터치 과정이 지연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토종 정당인 LG당에서도 옵티머스 LTE2, 옵티머스 G, 옵티머스 뷰2 등을, 팬택당은 베가 R3, 베가 S5 등 다양한 후보를 내세워 추격을 시도했지만 삼성당의 2인자인 갤럭시 노트2 후보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애플당 등 외국계 정당과 LG, 팬택 등 국내파 야당을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2010년 이후로 인터넷 및 애플리케이션 지원과 상생 생태계 구축이 새로운 시대 정신으로 부상하면서 모바일 정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왔지만, 삼성당은 국제 세력 구글과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애플당이 앞서 제시한 정책 들을 빠르게 벤치마킹하면서 사실상 정책 구분이 불가능한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와 달리 같은 토종 정당인 LG당과 팬택당의 경우 후보 경쟁력 자체는 크게 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캠페인에서 미흡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한계를 보였다. 애플당은 후보 경쟁력과 선거 캠페인 능력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줬지만, 외국계라는 한계로 인해 안보 논란 및 종미 꼬리표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갤럭시 S3 후보의 자체 경쟁력 뿐만 아니라 물량 공세와 결합된 삼성당의 선거 캠페인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삼성당은 지난 옴니아 정권 당시에도 애플당을 위시한 여러 외국계 정당에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자, ‘대항마’ 프레임 및 애국심 마케팅으로 큰 효과를 거두며 뛰어난 선거 캠페인 및 위기 관리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캠페인 전략을 내세워 호평을 받았으며, 해외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급증하는 상황을 국내 유권자들에게 열심히 홍보하면서 해외에서의 인기를 국내 인기로 다시 연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로서 갤럭시 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 세력 구글은 대한민국에서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반면, 윈도우8과 윈도우폰8을 선보이며 과거 영광의 재현을 노리는 또 다른 국제 세력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정당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치욕을 맛봤다.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애플당은 올 한해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구글-삼성을 주축으로 한 연합 세력에 밀리며 국내 및 글로벌 대권 경쟁에서도 2~3순위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이번 모바일 대선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과거 옴니아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정권이 큰 무리 없이 정권 ‘교대’를 달성해냈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으로 지지율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번 선거를 전후로 해외파 정당들이 잇달아 국내 모바일 정계에서 은퇴를 선언하거나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있고, 국내파 군소 정당들도 계속 힘을 펴지 못하고 있으며 급기야 문을 닫는 정당도 발생하고 있다. 일당 주도의 정계 구도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당 주도의 정계 구도는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성능 및 가격 경쟁을 통한 공정한 시장 구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모바일 정계에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 굴지 정당인 삼성당의 안정적인 집권이 국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 세계 최초 LTE 지원 ‘갤럭시 카메라’ 국내 출시

삼성전자가 11월29일 서울 서초사옥 딜라이트에서 ‘갤럭시 카메라 국내 런칭 행사’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카메라를 ‘세계 최초 LTE 카메라’라고 소개하며, ‘커넥티드 카메라’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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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카메라 사양(출처 :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갤럭시 카메라는 1640만 화소에 광학 21배 줌을 지원하는 23mm 광각 렌즈를 장착했다. 안드로이드 4.1(젤리빈)을 탑재해 각종 사진 애플리케이션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 뿐만 아니라 LTE를 지원해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커넥티드 카메라의 장점을 살렸으며, 촬영과 동시에 주변기기로 사진을 전송하는 ‘공유 촬영’ 기능, 촬영한 이미지를 클라우드에 자동 저장하는 ‘오토 업로드’ 기능 등 다양한 특화 기능을 내장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구글이 공식적으로 5인치 대 이상의 대화면 호환성 테스트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찌감치 갤럭시탭 7인치를 출시하며,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갤럭시탭 7인치는 국내 시장을 제외하고는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이후 삼성전자 태블릿 라인업의 시발점이 된 제품이다.

이번에도 LTE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활용해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동시에 다양한 시도를 선도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선두주자로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다. 니콘 등 카메라 전문 기업들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카메라를 속속 출시하며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다양한 안드로이드 제품을 출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SW 안정성 면에서 비교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갤럭시 카메라를 비롯해 3G/4G 네트워크를 탑재한 ‘커넥티드 카메라’ 제품군이 실제 카메라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우수한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DSRL과 미러리스 카메라 등 비교적 하이엔드 제품들을 제외한 일명 ‘똑딱이’ 카메라 시장은 이미 만만치 않은 카메라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메라로서는 처음으로 LTE를 탑재해 통신사를 통해 유통된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갤럭시 카메라가 소정의 성과를 거둔다면 카메라 유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통신 요금을 내면서까지 LTE 카메라를 구입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활용한 다양한 네트워크 기능을 제공한다면 굳이 LTE를 탑재해 별도로 통신 요금을 내지 않아도 각종 무선 통신 기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LTE를 탑재한 것이 통신사들의 요구인지, 삼성전자의 기술 테스트인지, 이미 안드로이드 카메라와 와이파이 카메라가 출시된 상황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한 방편인지는 확실치 않다. 갤럭시 카메라는 해외 시장에서는 LTE가 아닌 3G 버전으로 출시된다.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해 갤럭시 카메라의 장점은 1640만 화소라는 성능과 광학 21배 줌, 몇 가지 특화된 기능 정도가 될 것이다. 시도는 반갑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75만원 짜리 LTE 카메라일지, 더 좋은 카메라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일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내년쯤에는 삼성전자에서 더욱 강력한 카메라 성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스마트폰도 하나쯤 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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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카메라 관련 인포그래픽(출처 :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쿼드코어 스마트폰의 현재와 미래

이 글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모바일 트렌드 매거진에 기고하기 위해 6월 초에 작성한 글 원문입니다. NIPA 모바일 트렌드 매거진 이번 호는 다음주 쯤 발간될 예정입니다.

여름 스마트폰 시장은 쿼드코어로 후끈

듀얼코어를 살까, 최신 쿼드코어를 사야 할까? 컴퓨터 얘기가 아니다. 스마트폰에도 쿼드코어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해외 시장에는 이미 상반기부터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하나 둘 선보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6월부터 삼성전자 갤럭시S3를 시작으로 쿼드코어 스마트폰이 속속 출시될 예정이다.

1GHz대 싱글코어 스마트폰이 높은 사양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이 불과 2년 전인 것을 생각해보면 모바일 프로세서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 지를 실감할 수 있다.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보편화된 이후 한동안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요소가 화면 크기와 해상도 등으로 옮겨가기도 했지만, 쿼드코어 스마트폰의 출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프로세서 경쟁이 불붙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samsung-galaxy-s3-usa-release

국내 첫 쿼드코어 스마트폰이 될 삼성전자 갤럭시S3

언제부터 휴대폰에서 프로세서가 중요해졌을까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아무도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프로세서가 무엇인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정해진 사양에서 제조사가 내장한 제한된 기능만 이용했기 때문에 굳이 소비자가 더 빠른 하드웨어 성능을 필요로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이 프로세서 성능을 따지는 것은 몇 년을 주기로 새로운 운영체제와 고사양의 게임이 출시되는 PC 시장에 국한된 얘기였다.

그러나 소비자가 직접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조금씩 프로세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년에 한 모델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 제공하는 애플 아이폰과 달리, 빠른 속도로 아이폰을 추격해야 했던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프로세서의 컴퓨팅 파워가 더욱 중요했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단말기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를 하드웨어에 최적화해서 담아내기가 어려웠고, 성능 면에서나 마케팅 측면에서나 빠른 프로세서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었다.

그 틈새를 빠르게 공략한 회사가 퀄컴이었다. 퀄컴은 1GHz라는 상징적인 클럭 속도를 선점하는 동시에 ‘스냅드래곤(snapdragon)’이라는 브랜드를 히트시키며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 1GHz급 스냅드래곤은 구글 넥서스원을 비롯해 HTC 디자이어와 HD2, 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X10 등 2010년에 인기를 끌었던 주요 스마트폰에 잇달아 탑재되며 많은 관심을 끌었고, 통신칩과 프로세서를 통합한 ‘윈칩’ 설계로 모바일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가져갔다.

퀄컴이 통신 원천기술을 가지고 통신 모뎀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하나로 통합한 원칩 설계에 주력했다면,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텍사스 인스투르먼츠(TI) 등은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며 퀄컴을 빠르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엔비디아와 TI는 퀄컴에 한 발 앞서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상용화하며 역공에 나섰고, 삼성전자도 엑시노스(Exynos)라는 모바일 프로세서 브랜드를 런칭하고 갤럭시S2 등 자사 제품을 중심으로 탑재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넓혀 나갔다.

exynos4 and tegra3

삼성전자 엑시노스4 프로세서(왼쪽)와 엔비디아 테그라3

올 초에 열린 CES 2012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는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이를 탑재한 신제품이 대거 공개되며 올 여름 쿼드코어 스마트폰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모바일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엔비디아의 테그라3(Tegra 3), 삼성전자의 엑시노스4 쿼드 시리즈, TI의 OMAP5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쿼드코어 프로세서 K3V2를 공개하며 고사양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이와 달리 스냅드래곤으로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던 퀄컴은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상용화가 다소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LTE 통신칩을 하나로 통합한 스냅드래곤 S4 시리즈로 LTE 듀얼코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은 싱글코어 시절의 클럭 속도 경쟁에서 최근에는 듀얼코어에 이어 쿼드코어에 이르기까지 코어수를 늘리는 쪽으로 경쟁의 방향이 옮겨가고 있다.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가운데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주요 제품은 아래 표와 같다.

쿼드코어 스마트폰의 장단점은

쿼드코어 스마트폰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속도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하드웨어 사양이 제한적이었던 탓에 같은 하드웨어 사양을 갖춰도 제조사의 운영체제 최적화 능력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쿼드코어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성능으로 이러한 문제를 대부분 커버해줄 것이다. 스마트폰과 PC의 성능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제품은 RAM도 2GB까지 늘린다고 하니 웬만한 구형 노트북 부럽지 않은 사양이다.

스마트폰에서는 단순히 성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를 낮춰서 배터리 지속시간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실제로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다행히도 모바일 칩셋 업체들의 발표를 보면 쿼드코어 프로세서에서 전력 소비 문제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반도체 공정이 40nm에서 최대 28nm 수준으로 정밀해지면서 코어당 전력 소비가 다소 줄어들었고, 상황에 따라 4개의 코어를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도입해 전력 소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 테그라3의 경우에는 4개의 코어 외에 배터리 절약용 저전력 코어를 하나 더 추가해 음악 재생 등 간단한 작업에서는 저전력 코어만 가동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전력을 더욱 낮추는 설계를 적용하기도 했다. 퀄컴은 쿼드코어 경쟁에서 한발 뒤졌지만 향후 출시할 제품에서 4개의 코어를 각기 다른 클럭 속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도입해 소비 전력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nvidia tegra 3 architecture

엔비디아 테그라3 프로세서는 1개의 저전력 코어를 추가하고 총 5개의 코어를 유동적으로 사용해
전력 소비를 낮추는 설계가 적용됐다

반대로 LTE 지원 여부는 쿼드코어 스마트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LTE를 상용화한 선진 시장에서는 통신사들이 3G 스마트폰보다 LTE폰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과는 달리 지금까지 출시된 쿼드코어 스마트폰은 대부분 LTE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LG-Optimus-4X-HD-P880-2LTE 스마트폰은 데이터 통신은 LTE로, 음성통화는 3G망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두 개의 채널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기술적인 과제를 앉고 있다. 초기 LTE 스마트폰에서는 3G 모뎀과 LTE 모뎀, AP를 각각 별도로 탑재했기 때문에 배터리 지속시간이 충분치 못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배터리 관리 기술이 발전하고 퀄컴이 LTE와 3G 모뎀,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하나로 통합한 스냅드래곤 S4를 출시하는 등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쿼드코어에서는 LTE를 지원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LTE와 쿼드코어를 통합한 퀄컴의 원칩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이르면 올 연말부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도 2013년 출시를 목표로 AP와 통신칩을 통합한 프로세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3 제품 중에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 시장에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LTE 모뎀을 별도로 탑재한 모델을 선보인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쿼드코어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과연 모바일 환경에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 즉 쿼드코어의 킬러 서비스가 무엇인가 하는 점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웹 서핑이나 메일 확인, SNS와 모바일 메신저 등 스마트폰에서 많이 활용하는 기능을 쓰기에는 듀얼코어 프로세서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고 해도 3D 게임 등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제외하면 4개의 코어를 모두 활용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을 할 때에는 쿼드코어의 성능을 쉽게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향후 쿼드코어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다양한 활용법을 찾아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딱히 쿼드코어 킬러 서비스로 무엇을 꼽아야 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동안 쿼드코어의 킬러 앱은 향후 출시될 고사양 3D 게임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실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지 않는 다수의 소비자들은 당분간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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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가 해외 시장에 먼저 선보인 쿼드코어폰 One X, 국내에도 올 여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쿼드코어 제품이 각광을 받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저가폰보다는 고사양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제조사와 통신사도 갤럭시S3를 필두로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내세울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쿼드코어’라는 이름이 가지는 마케팅 파워가 십분 발휘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2013년 이후로는 쿼드코어 2GHz 급 프로세서가 출시되는 등 프로세서 성능이 어느 수준에 다다르면 스마트폰 시장도 PC 시장처럼 단순한 클럭 속도나 코어수 경쟁이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단말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일반적인 기능만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는 듀얼코어 이하의 제품을 선택하고,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만 쿼드코어 이상의 제품을 구입하는 등 PC 시장처럼 가격과 이용 목적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 시장도 쿼드코어를 앞세운 하이엔드 시장과 듀얼코어 이하의 보급형 시장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을 웃돌고 있고 많은 않은 소비자들이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듀얼코어 수준의 충분한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저렴한 가격으로 떨어진다면 보급형 시장이 예전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을 넘어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윈도우8 태블릿PC 등 더 강력한 성능을 필요로 하는 모바일 기기에서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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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노트북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모토로라 랩독

또한 쿼드코어의 컴퓨팅 파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확장 액세서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모토로라가 아트릭스와 함께 선보였던 랩독과 멀티미디어독이나, 최근 아수스가 공개한 패드폰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 큰 스크린을 끼워 태블릿PC나 노트북처럼 활용하거나, TV에 연결해 셋톱박스나 스마트TV처럼 활용하는 등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단순한 휴대폰을 넘어 모바일 컴퓨팅의 허브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쿼드코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멀티 로그인이나 운영체제 가상화도 보편화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집에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다가 출근해서는 윈도우폰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은 제조사들이 하나의 운영체제를 최적화해서 탑재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에도 버거워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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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스에서 공개한 패드폰. 스마트폰에 스크린을 끼워 태블릿처럼 이용할 수 있다

앱등이와 삼엽충의 심리적 기원

‘앱등이’와 ‘삼엽충’이 벌이는 설전은 IT 업계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앱등이’라 함은 일부 소비자들이 애플과 아이폰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을 비하하며 부르는 말입니다. 반대로 ‘앱등이’들은 이에 못지 않은 삼성빠와 갤럭시빠를 ‘삼엽충’이라고 비꼬며 응수합니다.

다른 IT 제품에 대해서도 팬층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지만, 앱등이-삼엽충 전쟁처럼 적극적이고 과격한 설전으로 번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휴대폰 담당 기자들은 종종 다른 기자들에게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린다며 부러움의 대상의 되기도 하는데요, 그 중에 많은 경우는 앱등이와 삼엽충의 활약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4와 갤럭시S가 한참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던 당시 앱등이와 삼엽충의 과도한 논쟁을 비판하는 글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습니다. 과열된 앱등이와 삼엽충의 싸움이 제품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을 사라지게 하고 무조건적인 깎아내리기로 다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앱등이-삽엽충 이분법이 밴드웨건 효과를 창출해 애플과 삼성이 아닌 다른 회사가 경쟁에서 더욱 뒤쳐지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알바를 고용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지적해봐야 앱등이와 삼엽충의 전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을 따름입니다.

앱등이나 삼엽충도 출발은 한 명의 소비자일 것입니다. 앱등이•삼엽충 전쟁에서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의 입을 닫도록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과연 어떻게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이 정도로 애착과 열의를 가지게 되느냐 하는 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나친 제품 사랑이 왜 유독 휴대폰 산업에서 도드라지는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누구나 조금씩 자신이 선택한 제품에 대해 애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과연 앱등이•삼엽충과 우리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저와 같은 모바일 담당 기자는 아이폰과 갤럭시를 돌려 쓰며 갤럭시 기사를 쓴 날은 댓글을 통해 삼엽충으로 변신하고 아이폰 기사를 쓴 날은 앱등이가 되니, 앱등이와 삼엽충을 넘나드는 박쥐의 운명을 타고 난 셈입니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를 쓴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다니엘 길버트는 2004년 TED 강의에서 행복에 대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요약해서 전해줍니다. 강의 내용 가운데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모네의 그림 6점을 놓고 선호도를 매기라고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1번부터 6번까지 번호를 매겼습니다. 그리고 나서 말합니다. “3번과 4번 그림이 남아있는데 실험에 참여했으니 한 점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그림을 가지실래요?” 다수의 사람들이 선호도가 높은 3번을 골랐습니다.

그로부터 15분 후, 같은 참가자들에게 다시 그림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갖기로 선택한 3번 그림이 선호도 2번으로 올라갔고, 포기한 4번 그림은 선호도 5번으로 내려갔습니다. ‘내 것’으로 삼기로 결정을 하자 불과 15분 만에 그림에 대한 취향이 변한 것입니다. “내 것은 생각보다 좋아, 나머지는 형편없어”의 마법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앱등이와 삼엽충의 심리적인 기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특성 말입니다. 길버트 교수는 이를 ‘심리적인 면역 시스템’이자 ‘만들어진 행복’이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자기합리화의 과정은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더욱 강하게 발휘됩니다. 길버트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또 다른 실험을 했습니다. 사진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진을 찍게 한 후 그 중에 가장 선호하는 2장의 사진을 고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두 장 중에 한 장은 본인이 갖고 한 장은 과제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택의 순간입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뉘어졌습니다. 한 그룹에는 과제로 제출할 사진이 발송될 때까지 4일의 여유가 있으니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사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정을 번복할 기회를 준 것입니다. 다른 그룹에게는 과제로 제출된 사진을 곧바로 영국으로 발송해야 한다며 교환의 기회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그러자 흥미로운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선택한 직후에는 두 그룹이 사진에 대한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환할 선택권이 없는 그룹은 만족도가 점점 올라간 반면, 사진을 바꿀까를 고민할 수 있었던 그룹은 점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교환권이 없다’는 사실이 심리적인 면역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나은 것입니다.

길버트 교수는 이러한 우리의 심리적인 특성을 연애와 결혼에 빗대 설명합니다. 연애할 때 애인이 수시로 손가락으로 코를 후빈다면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결혼한 다음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우리는 “그래도 마음씨는 고운 사람이니까…”라며 심리적인 면역 시스템을 가동시키게 될 것입니다.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도 결혼과 비슷합니다. 휴대폰은 어떤 IT 기기보다도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제품입니다. 게다가 2년 약정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 이 스마트폰은 좋던 싫던 나와 함께 2년을 함께 할 것입니다. 아이폰이던 갤럭시던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내 것은 생각보다 좋아. 나머지는 형편없어.”의 마법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할부금과 위약금(어쩌면 위자료?)을 안내받는 순간 우리는 2년 동안 열심히 심리적인 면역 시스템을 가동시키게 됩니다.

물론 항상 자신이 구입한 기기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제품,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보다 형편없는 제품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옴니아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군요. 옴니아는 많은 분들에게 그 전에 쓰던 폴더폰보다도 사랑에 빠지기 힘든 제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그 전에 쓰던 피처폰에 비해 사랑에 빠질 만한 구석이 많아졌습니다. 그 전에는 휴대폰으로 엄두도 못냈던 일을 척척 해내니까요. 내 선택이고 예전 제품보다 좋으니 사랑에 빠지기 충분합니다. 아이폰과 갤럭시에 대한 앱등이와 삼엽충의 사랑도 그렇게 시작할 것입니다.

휴대폰에 대한 사랑이 배우자에 대한 합리화보다 위험한 이유는 우리가 휴대폰에 대해서는 결혼 전에 충분히 연애를 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 기사나 대리점 직원의 설명에만 의존해, 맞선 보고 곧바로 결혼식 날짜를 잡듯 휴대폰을 구입하게 됩니다. 남은 것은 오늘 처음 만난 휴대폰과 결혼해 2년 동안 열심히 합리화를 하는 것 뿐입니다.

이것이 모두 소비자의 탓은 아니겠죠. 우리나라의 수박 겉핥기식 IT 리뷰 기사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애플이 애플 스토어를 결혼식장(구매 장소)가 아닌 연애 장소(체험 및 교육 공간)로 디자인한 이후 많은 IT 매장이 체험형 공간으로 변화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인간 심리의 면역 시스템은 우리가 인생에서 위기와 실패에 봉착했을 때 행복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고마운 기작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과 현실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과해졌을 때 나의 삶은 내 것이 아닌 것이 되기 십상입니다. 적어도 돈 한푼 받지 않고(심지어 내 돈을 내고) 귀중한 나의 시간을 낭비하며 애플이나 삼성 마케터로 일해줄 필요는 없겠죠.

길버트 교수는 다음과 같은 아담 스미스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무리합니다.

The great sourse of both the misery and disorders of human life, seems to arise from over-rating the difference between one permanent situation and another… Some of those situations may, no doubt, deserve to be preferred to others; but none of them can deserve to be pursued with that passionate ardour which drives us to violate thr rules either of prudence or of justice; or to corrupt the future tranquility of our minds, either by shame from the remembrance of our own folly, or by remorse from the horror of our own injustice.

이 말을 우리의 현실에 비춰 아래와 같이 의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이 비참하고 무질서해지는 것은 선택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제품은 다른 것보다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제품도 우리가 지나친 열정으로 신중함을 잃거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자신을 뉘우치면서 얻을 수 있는 내면의 평안함을 방해하는 것을 감내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다.

미국인 모리스 빅햄(Moreese Bickham)은 저지르지 않은 범죄 혐의로 루지애나 주 교도소에 37년간 복역해야 했습니다. DNA 검사를 통해 무죄로 밝혀진 것이 78세 때였습니다. 그는 출소 후 “나는 한순간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영광스러운(glorious)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고 합니다. 경이적인 합리화의 순간입니다. 그 순간 그는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처럼 살고 싶지 않군요.

제품을 제품으로 바라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과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합리화의 기작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은 사실 같은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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