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 경제의 문제점과 이슈

온디맨드 경제는 디지털 신자유주의인가?

집안 일, 운전, 여행, 의료, 작은 문제 해결, 주차 대행, 상품 배달 등 많은 일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원하는 시간과 가격이, 필요한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 간의 직접 협의로 확정된다. 이런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늘 있어왔지만, 믿을 수 있는 품질 수준이나 쌍방에 대한 신뢰와 책임 문제 때문에 사회는 적절한 제도와 운영 주체에 대한 책임을 부여했다. 운영 주체에 대한 자격증, 허가, 책임을 위한 보험 등을 요구했으며,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리와 책임, 그리고 적절한 수입과 직장으로서의 환경을 보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우버화(uberification)하고 있다. 사람들의 직업은 점점 자유로워지고 (직업의 안정성이 없어지고), 경제는 어려워지며 (수입이 부족하며),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일을 원하는 사람과 이를 제공할 사람의 시간과 위치를 알 수 있으며, 이들이 어떤 사람이거나 어떤 평판을 갖고 있는지 (SNS 활동 내역과 과거 업무에 대한 평점 파악), 누가 더 적은 돈으로 일을 할 것인지 (시장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누가 더 돈이 절실히 필요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우버화, 경제의 우버화는 뉴욕의 RRE 벤처 캐피탈의 스티브 쉴라프만과 GGV 캐피탈의 세밀 샤는 온디맨드 모바일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미국 서비스 경제가 개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견, 주문, 결제, 고객 만족, 그리고 확인의 가치 사슬 과정이 이제 모바일을 통해서 모든 마찰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에 환호하며 투자하는 곳은 자본주의의 첨병 중 하나인 벤처 투자자들이며, 이미 2009년 이후 17억 5천만 불의 창업 자금을 이 분야에 쏟아부었다. 얼마 전에는 우버의 가치가 500억 불에 도달하고 15억 불의 추가 펀딩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온디맨드 경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높은 관심과 함께 이런 상황이 스타트업계에 도움이 되는 가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2015년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일의 미래라는 섹션에서 ‘온 디맨드 경제’라고 이름을 붙였다 (The Economist, 2015). 월 스트리트 저널 역시 ‘온 디맨드 경제가 부상한다’라는 기고를 실어 이런 현상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음을 알렸다 (WLADAWSKY-BERGERIRVING, 2015).

이런 현상은 1970년대 이래 제조업의 해외 이전부터 시작해 이제는 수많은 직업이 프리랜서로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만 5천3백만 명의 사람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사회는 돈은 있으나 시간이 없는 사람과 시간은 있으나 돈이 없는 사람으로 나눠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마르크스가 생산 수단의 소유자와 그들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로 구분한 것과 또 다른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온 디맨드 경제 서비스는 핸디(Handy), 인스타카트(Instacart ), 태스크래빗(TaskRabbit), 업카운슬(Upcounsel), 메디캐스트(Medicast)뿐만 아니라 매커니컬 터크스(Mechanical Turks)를 서비스하던 아마존이 최근 ‘홈 서비스’라는 또 다른 온 디맨드 노동 서비스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모든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POPPERBEN, 2015). 여기에는 구글도 고민하고 있다. 검색 결과를 통해 지역의 홈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입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중개 모델은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부의 불균형’을 이용해 적은 수입에도 일하려는 사람들을 활용하는 방식일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소유보다 접근, 공동체 회복, 기술 발전에 의한 사회적 신뢰 증가, 개인의 이익 증대보다, 중간 중개 기업의 가치 증대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라기 보다 더욱 더 자본의 힘으로 모든 사람들을 경쟁하게 만들면서도 책임은 최소화하려는 교묘한 모델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동안 우리가 노동자의 권익과 인간 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을 통해서 얻었던 많은 사회적 보호 장치가 무력해진다는 점이다. 노동자가 갖는 직업의 안정성, 의료 보험, 책임의 공동 나눔, 사업자가 제공해야 하는 비용 등이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의 책임과 의무로 부여되며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거대 공유경제 ‘표방’ 기업은 노동자들의 최소한 사회적 보호, 리스크에 대한 직접 책임, 단체 교섭권 결여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를 디지털 신 자유주의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모로조프에브게니, 2014).

자본주의의 선봉에 서있는 월 스트리트 저널조차 온 디맨드 경제의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또 다른 기사 ‘온 디맨드 노동자 –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에서 심도 있게 다루었다는 사실이 이 문제가 사실 매우 중요한 사회 문제이라는 점이다 (WEBERLAUREN & RACHELEMMA, 2015).
지난 2월에는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인 UC 버클리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 로버트 라이시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말이 좋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지 사실은 ‘찌꺼기(scraps)를 나누는 경제’가 아닌가?”라고 통렬히 비판하면서, 공유 경제라고 부르는 온 디맨드 경제의 한 영역을 ‘노동시장을 19세기로 퇴보 시킬 것’이며, ‘리스크를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REICHROBERT, 2015).
수도꼭지에서 틀면 나오는 노동자들의 모습으로 표현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도 온 디맨드 경제는 노동자, 기업, 정치인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개인주의 시대에 모든 책임을 개인이 더 지게 만들고 있으며, 온 디맨드 경제는 개인에게 모든 위험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변화에서 우리 각자는 개인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You, Inc.’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 디맨드 경제와 공유 경제를 거대한 변화로 이해한 제레미 리프킨은 ‘한계 비용 제로 사회’에서 협업형 공유 경제가 자본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경제 시대로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하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리프킨제레미, 2014).

일부 기술 결정론자나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기존 세력의 기득권 보호와 사회의 몰 이해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거쳐 서비스가 성숙하고,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유용성을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온 디맨드 경제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가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진화 과정에 가장 돋보인 특징인 협력이라는 특성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고 인간 사회 구성의 기본 성격이라는 주장에서부터, 경제가 무형의 힘, 즉 신뢰로 연결된 것이고 신뢰는 정직과 윤리적 관계 혹은 관계적 자본에 의해서 형성될 수 있다는 고전적 경제 이론에서 온 디맨드 경제의 뿌리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뉴욕매거진의 케빈 루스는 ‘공유 경제는 신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절망에 대한 논의이다’라는 글에서 (ROOSE, 2014), 이런 변화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얼마나 많은 정규직이 파트 타임 직업으로 바뀌었는가를 보여주면서, 온 디맨드 경제는 불황과 직업 시장의 불안정에서, 실질 임금의 하락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불황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유 경제와 온 디맨드 경제는 크게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실제 보이는 모습과 공유 경제 표방 기업이 보여주는 사업 행태에서 사회적 마찰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두 개의 대표적인 기업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기존 사업자의 저항, 세금과 각종 법률과 상충 문제, 책임의 범위,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충돌을 겪고 있다.

우버는 세계 유수 도시에서 사용자에 대해서는 성수기 사용에 대한 과도한 과금 문제, 일부 기사의 일탈, 무자격자와 보험의 미흡이 지적되고 있다. 나아가서 우버 기사들이 처우와 회사의 무책임에 대해 항의 시위하는 상황이지만, 우버 기사는 모두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도 없어서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서 대응하고 있다. (KOSOFFMAYA, 2014)
이러한 노동 문제는 결국 법원의 판결에 의해 운전자들에게 배상금을 물도록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우버나 리프트가 그동안 운전자들을 부당 대우했다고 판결했다. (EgelkoBob, 2015) 두 회사는 그동안 운전자들을 직원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자비로 기름 값 등 차량 유지비, 수리비, 보험금 등을 부담하도록 해 왔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에 투자한 대 자본은 이런 마찰을 마케팅과 정상적 로비, 당국 설득을 통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특히 적극적 법적 대응을 통해 조금씩 합법화 시키면서 영역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갈등의 원인을 기득권자의 이익 보호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교묘히 걸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것이다.
현재 충돌하는 여러 이슈는 한 도시에서 또는 특정 기업만 따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의 합의와 법적 기반이 이루어져야 하며, 앞으로 더 많은 이슈를 가져올 온 디맨드 경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 가를 고민하는 논의가 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기술이 무너뜨리고 있는 기존 질서의 대상이 기존의 기득권이나 불합리한 시스템인지 아니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일반 노동자와 시민인 지를 정확히 판단해 이를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적절한 사회 시스템으로 길들일 것인 가를 논의할 시점이다.

참고 문헌

Egelko Bob. (2015년 3월 11일). Court: Juries to decide if state Uber, Lyft drivers are employees. “San Francisco Chronicle”
KOSOFF MAYA. (2014년 9월 15일). “UBER DRIVERS PROTEST: ‘You Can’t Make A Living Working Only For Uber‘” Business Insider.
Lessig Lawrence. (2009). “Remix: Making Art and Commerce Thrive in the Hybrid Economy.” Penguin Books.
MONROE RACGEL. (2014년 2월). “More Guests, Empty Houses.” Slate.com.
POPPERBEN. (2015년 3월 30일). “Amazon launches Home Services to sell everything from an oil change to piano lessons.” The Verge: http://www.theverge.com/2015/3/30/8309573/amazon-launches-home-services에서 검색됨
REICH ROBERT. (2015년 2월 2일). “The Share-the-Scraps Economy.” http://robertreich.org/: http://robertreich.org/post/109894095095에서 검색됨
ROOSE, KEVIN. (2014년 4월 24일). “The Sharing Economy Isn’t About Trust, It’s About Desperation” New York Magazine.
The Economist. (2015년 1월 3일). The future of work – There’s an app for that. “The Economist”.
WEBER LAUREN, & RACHEL SILVERMAN EMMA. (2015년 1월 27일). On-Demand Workers: ‘We Are Not Robots’. “The Wall Street Journal”.
WLADAWSKY-BERGERIRVING. (2015년 3월 13일). The Rise of the On-Demand Economy. “The Wall Street Journal”.
리프킨 제레미. (2014). “한계비용 제로 사회 – -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민음사.
모로조프 에브게니. (2014년 8월 26일). ‘공유경제’로 포장된 디지털 신자유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보츠만 레이첼, & 로저스루. (2011). “위 제너레이션.” (이은진, 역자) 모멘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