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분석가로 유명한 메리 미커(Mary Meeker)의 인터넷 트렌드 2012 보고서가 판올림 됐습니다. 불과 6개월 만의 판올림이고 2012년 보고서의 연말 업데이트 버전이기 때문에, 지난 5월 말 보고서에서 큰 줄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112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 88쪽으로 대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분량입니다.
시간을 내서 찬찬히 읽어보시면 더욱 좋겠지만, 요약본이 필요하신 분들은 테크잇과 버섯돌이님의 글, 그리고 6개월 전 보고서를 광팔이님이 요약하신 내용 등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해외에서는 더넥스트웹, 벤처비트, 테크크런치, 씨넷, 기가옴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보고서를 요약해 올렸습니다.
많은 요약본이 있으니 저는 또 다른 요약본을 만드는 대신, 6개월 차이를 두고 동일한 인물 주도 하에 만들어진 두 보고서에서 과연 어떤 내용이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1. 개요
왼쪽이 5월, 오른쪽이 12월 보고서
개요에서 Economy와 Bubble – or Not? 항목이 빠지고 Asset-Light Generation 항목이 추가됐습니다. Basic Stats은 최신 통계로 업데이트 됐고, 지난 보고서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Re-Imagination 항목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추가적인 설명은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2. 모바일 이용자의 기준, 이제는 스마트폰
왼쪽이 5월, 오른쪽이 12월 보고서
지금까지 글로벌 3G 가입자를 기준으로 통계를 냈던 모바일 이용자 항목을 글로벌 스마트폰 가입자 통계로 바꿨습니다. 3G 이용자가 전부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는 아니죠. 3G 피처폰 사용자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자와는 상당히 다른 이용 패턴을 보일 것입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모바일 인터넷 및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 다양한 인터넷 사용 지표에서 기존 3G 가입자 통계보다 스마트폰 가입자 통계가 더욱 유의미한 통계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2011년 4분기 글로벌 3G 가입자 숫자와 2012년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가입자 숫자가 약 11억 명으로 비슷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잠깐 우리나라의 통계치를 살펴보면, 한국은 3G 가입자 통계에서는 4위였지만, 스마트폰 가입자 숫자에서는 7위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전체 가입자 대비 스마트폰 이용자 비율에서는 59%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3. 아이패드 열풍, 성인만의 트렌드 아니다
6세~12세 미국 어린이의 48%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패드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36%가 아이패드 미니를 원한다는 닐슨의 최근 조사 결과를 새롭게 보고서에 추가했습니다. 바로 전 페이지는 미국 성인의 29%가 태블릿이나 전자책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차트입니다. 태블릿의 인기가 성인을 넘어 아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6~12세 자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60만원이 넘는 아이패드를 선물하려면 연말에 부모님들 지갑이 많이 가벼워지겠군요. 다행히 미국 얘기입니다.
4. 모바일+태블릿이 블랙 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의 24%를 차지
미국 e커머스 시장에서 모바일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을 소개했던 페이지가 빠지고 올 블랙 프라이데이에 모바일과 태블릿을 통한 쇼핑 트래픽의 전체 인터넷 쇼핑 트래픽의 24%를 차지했다는 통계치가 추가됐습니다. 전년 6%와 비교해 큰 폭으로 성장했으며, iOS가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4배 이상 많은 쇼핑 트래픽을 유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IBM의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디퍼스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 밖에 모바일 광고의 CPM이 데스크톱 CPM에 비해 5배나 낮다는 차트와 판도라, 텐센트 등 주요 기업의 모바일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데스크톱에 비해 1.7배에서 5배나 낮다는 내용 등 부정적인 슬라이드가 빠졌으며, 모바일 통화 결제(Mobile Monetization Transition)이라는 꼭지 제목도 모바일의 마력(Mobile Mojo)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모바일 결제 시장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동시에 다소 관망하던 태도를 보이던 것에서,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강조하는 태도로 변화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5. Platform Fire Hoses 단락 삭제
페이스북 오픈 그래프의 확산과 애플 앱스토어의 성장 등을 담았던 Platform Fire Hoses 꼭지가 삭제됐습니다. 이젠 두 말하면 입 아픈 내용이기 때문일까요?
6. 기존 산업을 다시 상상하라(Re-Imagination)
전통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산업군이 모바일 시대를 만나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짚어보는 Re-Imagination 꼭지는 5월판 보고서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이번 판올림 버전에서는 새로운 슬라이드와 차트가 일부 추가되고 순서가 바뀌는 등 소폭 변화가 있었지만 큰 줄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Re-Imagination 꼭지에서 새롭게 추가된 항목을 꼽아보면 사용자 인터페이스(키보드, 마우스를 기반으로 한 GUI(Graphic User Interface)에서 터치와 음성, 제스처 등 Natural User Interface로 변화), 컴퓨팅 운영체제(iOS + 안드로이드 = 45% vs. 윈도우 = 35%), 산업 디자인, 디지털 상품 유통, 건강 관리, 도어락 등이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 차트에서 ‘soon…’으로 표현했던 Re-Imagination of Data 항목을 ‘now’로 바꿔 소개하며, 다양한 사례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한 부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꼭지는 특히 벤처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이나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차근차근 넘겨보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거나 기존 사업 아이템을 재점검해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전문 일독을 권합니다. 새 보고서에서는 20쪽부터 시작합니다.
7. 미개척 분야(Consumer Internet ‘White Space’ To Be Re-Imagined)
소비자 인터넷 산업의 ‘여백’으로는 5월에 꼽았던 귀(블루투스, 시리, 스포티파이, 잼박스 등), 자동차, TV에 덧붙여 백 포켓, 교육, 헬스케어 등을 추가로 선정했습니다.
8. Bubble – or Not? 등 일부 꼭지 삭제
페이스북과 징가, 그루폰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IPO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한 차례 거품 논란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난 5월 보고서에서는 이런 흐름에 입각해 기술 기업의 거품 논란을 다루는 Bubble – or Not? 꼭지가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삭제됐습니다. 당시 메리 미커는 과도한 투자 열기를 경계하면서도 보고서 말미에 기술 수용 주기 곡선을 삽입하며 크게 우려할 만한 부분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 밖에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함께 담아 전달했던 경제 관련 꼭지는 빠졌지만, 미국의 가계 부채 문제와 산업 불균형 등을 지적한 USA inc. 꼭지는 유지됐습니다.
9. 공유 경제와 Asset-Light Generation
이번 보고서에 새롭게 추가된 꼭지입니다. 모바일 인터넷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공유 경제가 부상하면서 기존에 시간과 공간, 돈 등 자산을 가득 비축해두던 Asset-Heavy Lifestyle에서 탈피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Asset-Light Lifestyle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방 한 가득 CD나 LP, 비디오 테입을 쌓아두는 대신 스포티파이나 유튜브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음악과 영상을 감상하고,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거나 차를 소유하는 대신 Airbnb나 Zipcar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 5월 보고서의 하이라이트가 Re-Imagination 꼭지였다면 이번 판올림 버전의 하이라이트는 Asset-Light Generation 꼭지를 꼽을 만 합니다. 원문 보고서에는 더욱 다양한 사례가 소개돼 있으니, 이 부분에 관심 있으시다면 새 보고서의 59쪽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 메리 미커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전문
(출처 : 2012 KPCB Internet Trends Year-End Update from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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