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자들을 위한 기업, 애플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밝힐게 있다. 일단, 나는 애플을 좋아한다. 흔히 말하는 애플빠이거나 스티브 잡스를 숭배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애플에 대한 몇 가지 추억이 있다. 대학원 시절 애플II는 우리 랩의 게임기계였다. 그러나 당시에도 그렇고 이 후에도 그렇다고 들었지만, 우리나라에 단 두 대만 들어온 ‘리사’라는 컴퓨터를 본 순간 난 커다란 충격을 받았었다. 이게 컴퓨터구나 하고. 리사는 알다시피 스티브 잡스의 딸 이름이다.

메인프레임, 미니컴퓨터, 마이크로 컴퓨터를 모두 거쳤지만, 콘솔을 통해 프로그램 한다는 것을 석사때 처음 접했으나, ‘리사(Lisa)’ 화면에서 움직이는 그래픽 기반의 사용자 환경, 마우스를 통한 제어를 본 순간 받은 충격은 내 기억에 깊이 새겨졌다. 팔로 알토의 제록스 연구소에서 스타 워크스테이션을 보고 달려와 엔지니어를 모아놓고 자신이 본 것을 설명했다는 스티브 잡스의 얘기를 그래서 난 충분히 이해한다.

애플 리사 (출처: mac-history.net)

애플 리사 (출처: mac-history.net)

이후 기업 연구소에서 선 워크스테이션, PC와 함께 맥을 사용했다. 맥으로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발표 자료를 만들었고, 당시 회사에서는 나 같이 발표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90년 대 초에 쿠퍼티노를 방문해 애플 디자인 그룹이 사용하는 공간을 가봤는데 그 이름은 네버랜드였다. 피터팬의 네버랜드에 나오는 이름이 각 구역마다 붙어있는 그 장소는 내게는 하나의 판타지였다. 그 때는 애플의 첫 PDA인 뉴튼(Newton)을 사왔고, 그 기기는 아직도 내가 간직하고 있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그 기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그가 애플로 복귀하기 전에 봤다. 넥스트(NeXT)의 신제품 발표 장에서 본 그의 발표는 그야 말로 열광적인 지지자들의 반응을 끌어냈고, 나도 모르게 박수와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그이 연설은 신도들의 종교행사와 다를 바 없었다.

애플은 나에게 준 또 하나의 충격은 아이팟이다. 삼성전자를 나오기 전에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는 MP3 플레이어인 ‘옙(YEPP)’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오면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는 인터넷과 연결되어야 하고, 이제 콘텐트는 디지털화되어 담고 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으로 첫 번째 프로젝트로 MP3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그러나 애플의 토니 파델(Tony Fadell)과 ‘위대한’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만든 아이팟의 클릭 휠을 봤을 때 난 한숨이 나왔다. 다행히 그 때는 이미 삼성을 떠난 뒤였고, 남아 있는 옙 사업팀에 위로를 보내고 싶었다. 토니 파델은 올해 구글이 32억불에 인수한 네스트(Nest)라는 회사의 창업자이다.

애플은 어떤 회사인가? 1997년 애플로 돌아온 잡스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애플은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하는 가’를 발표한다. 그는 애플은 더 이상 제품을 얘기하는, 단지 윈도우 보다 뭐가 나은지, 남들과 다른 기술이 어떤지를 얘기하는 회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잡스 스피치

애플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무엇인가 다르며, 세상을 바꾸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나이키가 위대한 운동선수들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과 같이 애플은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선언한다. 그게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캠페인’의 시작이고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애플의 핵심 역량이라고 정의했다.

애플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바로 이 정신에 있다. 미친 사람, 부적응자, 반항아, 문제아들,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정해진 규칙을 좋아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며, 인류를 진보시킨다는 것이다. 애플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작품을 만들고,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앱스토어나 아이튠스, 아이북스를 통해, 매킨토시와 아이패드, 아이폰은 바로 그 들을 위한 서비스와 기기라는 것이다.

애플의 광고를 보면 제품 얘기가 아니라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창의적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시각을 갖고 변화를 추구하며, 우리의 숨겨져 있는 재능을 발휘하고, 새로운 세대의 희망을 얘기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 것이 잡스의 유산이며 애플이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다. 애플 사용자가 자긍심을 갖고, 제품을 사랑하는 이유가 거기에서 나온다.

나는 애플을 존경한다. 사람들이 애플을 얘기할 때 대부분 스티브 잡스 만를 거론한다. 물론 그는 애플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애플에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있다. 디자인의 신화인 조니 아이브(Jony Ive), 소프트웨어의 수퍼맨인 크레이그 페더레기(Craig Federighi), 마케팅 담당 필 쉴러(Phil Schiller), 아이튠스와 앱스토어, 애플 페이를 총괄하는 에디 큐(Eddy Cue), 애플 와치의 소프트웨어를 담당한 케빈 린치(Kevin Lynch), 팀쿡의 오른팔이라고 부르는 제프 윌리암스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9월 스페셜 이벤트에서 팀 쿡은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동시에 모든 직원들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내 기억으로는 국내 어느 기업도 신제품 발표에 공헌한 임직원을 호명하고 존경을 보낸 적이 없다. 이런 모습이 애플의 문화이며 강력한 힘이다. 왜 우리나라 회사들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참여한 리더와 엔지니어, 디자이너를 우리의 영웅으로 만드는데 그렇게 인색한지 답답하다.

애플 와치 발표 후 조니 아이브의 모습 (중계를 보면서 필자가 찍은 사진)

애플 와치 발표 후 조니 아이브의 모습 (중계를 보면서 필자가 찍은 사진)

이 글을 쓰기 위해,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애플이 우리의 생활이나 사고 방식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가를 크라우드소싱 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했는데, 한 시인은 ‘기업의 창조력을 믿게 했다고 했다’고 했고, 미술 애호가는 하나의 문화 혁명이었음을 지적했다. 콘텐트를 소유의 개념에서 소비의 개념으로 변화시켰음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대기업에 구속되었던 국내 시장에 기술 중심의 시장 판도를 만들거나 콘텐트의 유료화가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의견도 있고, IT 전문가 중 한 명은 많은 회사들이 디지털 시대에 애플의 사고와 문화체계를 따라가게 만들었음을 지적했다. 또한, 많은 개인이 창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함, 인문적 관점,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얘기했으며, 와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후배는 ‘직관적인 사용법을 보편화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통해 모바일이 생활 속에 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의견도 여럿 보였는데 이는 스티브 잡스가 리버럴 아츠의 중요성, 미학적 시각의 의미, 디자인 철학 등에 대해 강조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이상으로 ‘가치 있는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줬다는 댓글도 있었다.

흥미로운 시각 중 하나는 대기업 임원으로 삶을 피곤하게 만들고 심화된 경쟁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단절된 휴식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의견이다. 이는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주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 의견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단순함과 미니멀리즘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것, 인문학과 인간의 창의성 그리고 본성을 들여다 보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가, 하나의 제품이 산업을 혁신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한 기업이 세상의 규칙을 바꾸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게 애플의 힘이고 애플이 꿈꾸는, 현실에 안주 안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를 알게 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아이폰이나 맥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지 않은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반항아이지만 인류가 진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상징이 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들고나오는 컴퓨터가 맥북이라는 사실을 보면 애플이 우리 사회에서도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가를 잘 알 수 있다.

이제 잡스의 시대에서 팀 쿡의 시대로 넘어갔다. 지난 9월, 팀 쿡은 애플 와치를 소개하면서, 스티브 잡스 사후 처음으로 ‘하나 더(One more thing)’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잡스가 세상을 바꿀 기기를 소개할 때 했던 말이다. 그가 이제 자신의 입으로 그 표현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내가 아는 삼성전자의 임원은 몇 년 전에 나에게 ‘스티브 잡스보다 팀 쿡이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유는 그는 매우 계산적이고 제조업을 잘 알고, 잡스의 지지를 받는 후계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1년 8월 그가 CEO가 되었을 때 애플의 주가는 50불 대였으나 이제 주가는 100불을 넘어섰다.

위대한 IT 회사에서 세상의 모든 산업을 바꾸고 새로운 혁신을 얘기하는 시대로 넘어가면서 동시에 철저하게 효율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애플의 CEO로 그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빛을 발휘할 듯 하다. 잡스의 열정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글로벌 기업, 향후 수십 년을 내다보며 전략을 짜야 하는 기업의 수장으로 팀 쿡의 리더십은 그래서 잡스와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며, 지난 9월 행사에서 많은 임직원들이 그에 대한 존경을 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국내 언론은 그가 잡스의 유산을 버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잡스의 유산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이어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바꾸는 자들을 위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 (<아레나 옴므 플러스> 2014년 11월호 기고글)

iOS 7의 디자인은 얼마나 구린걸까

살다 보니 애플이 특유의 ‘똥고집’이 아닌 디자인으로 까이는 모습도 보게 되는군요.

저도 아이콘 그림 크기가 너무 커서 시각적으로 불편하다거나 몇몇 아이콘이 구려 보인다, 색감이 너무 화사해서 유아틱하고 부담스럽다, 버튼에 테두리를 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서드파티가 새로운 디자인 부담을 지게 했다 등등 제기되는 다양한 지적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저는 얼마든지 개선을 요구할 권리도 있지요.디자인은 취향을 타는 것이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구요. 안해주면 갈아타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국내외 네티즌과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 전하는 기사에는 한 줄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애플 디자인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까여도 까이는 것이라고요.

IT에 전혀 관심 없는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iOS 7인가 나왔다던데 디자인 엄청 구리다며?”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과연 iOS 7 디자인이 문외한에게도 욕을 먹을 정도인가… 전문가들도 나서서 지적을 하니 언론에서는 받아쓰기 참 좋겠지요. 그렇지만 객관적인 인용이 담보하지 못하는 온도 차가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 유저들의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무리한 비유인지는 몰라도 안드로이드 차기작이나 타이젠이 이번 iOS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나왔다면 저는, “납치한 외계인 중에 드디어 디자이너 출신을 찾아냈군!! 엄훠, 이건 사야해!!”를 외쳤을 겁니다. 윈도폰8은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니 열외로 하구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폰을 싫어해서 아이폰이 더 커지면 트위터에 쌍욕을 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기사를 쓴다면 “애플이 큰 화면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수용했다” 정도로 쓰는 게 맞다고 봅니다.

팩트를 골라내는 것보다 온도를 조절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ios 7

확 바뀐 iOS 7, iOS 버전별 홈스크린 디자인 비교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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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WWDC 2013 키노트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새롭게 바뀐 iOS 7의 ‘룩앤필’이었습니다. iOS 7은 스큐어모피즘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iOS의 디자인 특징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플랫 디자인과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죠. 새 디자인에 환호하는 이용자들도 있는 반면,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을 사이에서는 … Continue reading

작년 WWDC에선 무슨 발표가 있었더라?

애플의 WWDC 2013 키노트가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안다’까지는 좀 오바고, 작년에 발표한 내용을 되짚어 보고 올해 발표할 내용과 비교해보는 것도 관전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개인적으로 간단히 추려 본 작년 발표 내용을 공유합니다.

1. 마운틴 라이언 발표

- 알림센터와 게임센터 등 iOS 기능을 OS X에 추가
- 아이클라우드 적극 활용(문서 연동 등)
- 공유 버튼 확대
- 딕테이션, 리마인더 등 새로운 기능 추가
- 사파리 기능 추가(멀티 디바이스 동기화 등)
- 파워 냅 기능

2. iOS 6 발표

- 시리 지원 언어 확대(한국어 포함), 기능 추가(스포츠 정보, 옐프, 로튼 토마토 등)
- 시리 뉴 아이패드 지원 시작
- 자동차 업계와 시리 버튼 탑재 등 협업 발표(아이즈 프리)
- 애플 지도 발표(발표 당시엔 뜨거웠으나 실제 써보니??)
- 메일 앱 기능 추가
- 페이스북 통합(전년도에는 트위터 통합했음)
- 페이스타임 3G 가능
- 컬러감 변경(그레이 -> 푸른색 계열), 음악 플레이어 디자인 변경 등(올해는 스큐어모픽을 날린다는 소문이)
- 패스북 서비스
- 소소한 기능 추가(잠금 화면에서 응답 거부 및 답장, 시계 추가, 방해금지 등)

3. 맥북 리뉴얼

- 레티나 맥북 프로 발표 및 실제 제품 공개
- 맥북 에어 아이비 브릿지, USB 3.0 탑재 리뉴얼
- 맥북 프로 아이비 브릿지 탑재 리뉴얼
- 17인치 맥북 프로 참수

4. 기타

- 파이널 컷, 포토샵, 어퍼처 등 맥용 소프트웨어 레티나 디스플레이 지원
- 새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발표

간단히 정리해봤는데 빠진 내용 있으면 알려주세요.

따로 내일 발표될 내용은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제기된 루머와 예측은 이미 많은 기사와 포스트들이 있으니까요.

추천 포스트

광팔이님 블로그 – 월스트리트저널이 내놓은 애플 컨퍼런스 예상

월스트리트 저널 원문 – Apple Polishes Software for iPhones, iPads

맥루머스 – WWDC 2013 Rumor Roundup: iOS 7, OS X 10.9, iRadio, and New Macs

더 버지 – WWDC 2013 preview: Apple prepares to unveil the future of iOS, OS X, and more

좀 다른 의견  : 맥루머스 – 루머는 모두 틀렸다? iOS 7: ‘All the Leaks Are Wrong’

맥루머스가 인용한 존 그루버 블로그 WWDC 2013 Expectations

추가. 강추 포스트! Back To The Mac 지난 11년 간의 애플 WWDC 배너 모음과 행사 내용 정리

나인투파이브맥 - WWDC 2013 Roundup: iOS 7, OS X 10.9, MacBooks, ‘Genius-like’ Radio app (plus new tidbits)

 

wwdc 2013

덧. WWDC 키노트에 대한 관심이 잡스 시절보단 확실히 줄어든 게 사실인데, iOS 7, OS X 10.9, 음악 스트리밍(아이라디오?), 맥 라인업 업데이트 외에 깜짝쇼 있을까요? 저가 아이폰, 아이워치, 일체형 애플TV 중 하나만 터져도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 작년 발표 내용을 보면 과연 가능성은..?? 반대로 무르익지 않은 제품을 깜짝 공개할 경우 애플이 좀 급해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애플이 아이워치나 애플TV를 구글 글래스와 같은 방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이건 발표해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_-)

2012 모바일 대선 결과 논평

이 글은 2012년 국내 휴대폰 시장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특정 정당 및 후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12년 대한민국 모바일 대권 경쟁에서 삼성당에서 출마한 갤럭시 S3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갤럭시 S3 후보는 뛰어난 스펙과 한층 세련된 외모를 바탕으로 국내 유권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국내 득표수 350만 표를 넘기며 선거 기간 내내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고, 해외 유권자 층에서도 3천만 표 이상의 득표수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특히 삼성당은 선거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분기에 국내 지지율 70%를 돌파(가트너 발표)했는데, 이는 과반 달성은 물론 2010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사상 최대 지지율을 갱신한 것이다.

외국계 정당인 애플당은 선거 막바지에 아이폰5 후보로 배턴 터치하면서 큰 돌풍을 일으켰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이폰5 후보는 지지자 가운데 2, 30대 비율이 81%에 달할 정도(12.16 KT 발표)로 젋은층의 지지율이 높았지만, 5, 60대 뿐만 아니라 고른 세대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갤럭시 S3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석연치 못한 이유로 애플당의 배턴 터치 과정이 지연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토종 정당인 LG당에서도 옵티머스 LTE2, 옵티머스 G, 옵티머스 뷰2 등을, 팬택당은 베가 R3, 베가 S5 등 다양한 후보를 내세워 추격을 시도했지만 삼성당의 2인자인 갤럭시 노트2 후보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애플당 등 외국계 정당과 LG, 팬택 등 국내파 야당을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2010년 이후로 인터넷 및 애플리케이션 지원과 상생 생태계 구축이 새로운 시대 정신으로 부상하면서 모바일 정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왔지만, 삼성당은 국제 세력 구글과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애플당이 앞서 제시한 정책 들을 빠르게 벤치마킹하면서 사실상 정책 구분이 불가능한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와 달리 같은 토종 정당인 LG당과 팬택당의 경우 후보 경쟁력 자체는 크게 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캠페인에서 미흡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한계를 보였다. 애플당은 후보 경쟁력과 선거 캠페인 능력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줬지만, 외국계라는 한계로 인해 안보 논란 및 종미 꼬리표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갤럭시 S3 후보의 자체 경쟁력 뿐만 아니라 물량 공세와 결합된 삼성당의 선거 캠페인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삼성당은 지난 옴니아 정권 당시에도 애플당을 위시한 여러 외국계 정당에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자, ‘대항마’ 프레임 및 애국심 마케팅으로 큰 효과를 거두며 뛰어난 선거 캠페인 및 위기 관리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캠페인 전략을 내세워 호평을 받았으며, 해외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급증하는 상황을 국내 유권자들에게 열심히 홍보하면서 해외에서의 인기를 국내 인기로 다시 연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로서 갤럭시 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 세력 구글은 대한민국에서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반면, 윈도우8과 윈도우폰8을 선보이며 과거 영광의 재현을 노리는 또 다른 국제 세력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정당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치욕을 맛봤다.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애플당은 올 한해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구글-삼성을 주축으로 한 연합 세력에 밀리며 국내 및 글로벌 대권 경쟁에서도 2~3순위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이번 모바일 대선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과거 옴니아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정권이 큰 무리 없이 정권 ‘교대’를 달성해냈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으로 지지율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번 선거를 전후로 해외파 정당들이 잇달아 국내 모바일 정계에서 은퇴를 선언하거나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있고, 국내파 군소 정당들도 계속 힘을 펴지 못하고 있으며 급기야 문을 닫는 정당도 발생하고 있다. 일당 주도의 정계 구도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당 주도의 정계 구도는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성능 및 가격 경쟁을 통한 공정한 시장 구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모바일 정계에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 굴지 정당인 삼성당의 안정적인 집권이 국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란 무엇인가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 애플이 2010년 아이폰4에 처음 탑재한 이후 다양한 제품에 확대 적용하고 있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통칭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맥북 프로의 새 모델을 통해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적지 않은 독자들이 갖고 있는 의문 중에 한 가지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삼성이나 LG 등이 공급하고 있으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애플의 기술이 아니라 사실상 삼성이나 LG의 기술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틀린 주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결코 맞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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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출처 :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은 핵심 요소임에 분명하다. 고해상도 IPS 패널이 없었다면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처음부터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기 전까지 삼성이나 LG 등 앞선 디스플레이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자사의 모바일 기기에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모바일 기기의 디스플레이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능가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비밀은 애플의 iOS와 OS X 운영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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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출처 :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제 성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많은 독자들이 과거 윈도우 PC를 모니터에 연결해 이용할 때 모니터의 최대 해상도를 이용하지 않고 중상 정도의 해상도로 낮춰서 이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해상도는 선명함과 같은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화면의 개체가 그만큼 작게 표현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초고해상도 모니터에서 웹 브라우저를 통해 포털 등 웹사이트를 띄웠을 때를 떠올려보면 쉽다. 화면은 선명해 보이지만 글자와 아이콘은 너무 작고 레이아웃에서 빈 공간이 많아진다. 20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에서는 개체가 조금 작게 표현돼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모바일 기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이콘이나 하이퍼텍스트 크기가 절반으로만 줄어들어도 손가락을 버리고 다시 스타일러스펜을 이용하던 감압식 터치 시대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가 크게 다음 세 가지 기능을 적절하게 지원해야 한다. 첫째는 당연한 얘기지만 고해상도 출력을 지원해야 하고, 둘째는 애플리케이션이나 각종 개체의 레이아웃을 해상도에 맞게 적절히 재배치 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해상도에서 개체의 크기가 너무 작게 표현되지 않도록 적당한 크기로 배율을 조정해 확대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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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veloper.android.com

안드로이드의 경우 화면 크기를 xlarge, large, normal, small 네 가지로 분류하고, 인치당 도트수(dpi)를 총 여섯 가지로 분류한 후 기기의 화면 크기에 따라 도트 밀도를 다르게 처리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자신이 개발하는 안드로이드 앱이 모든 화면에서 잘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화면 크기에서 어떤 도트 밀도로 화면을 보여줄 것인지를 코드의 최상단에서 지정해줘야 한다(참고 : developer.android.com). 그러나 안드로이드 기기의 화면 크기가 4가지로 통일돼 있는 것도 아니고 해상도도 기기마다 제각각이어서 모든 환경에서 100% 완벽하게 동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일이 다양한 기기를 사용해 테스트를 해야 하며, 갤럭시 시리즈 등 많이 팔린 기기 중심으로 최적화를 할 수 밖에 없다.

윈도우는 고해상도 모니터를 연결할 경우 개체 크기가 현격히 작아졌기 때문에 PC 환경에서 고해상도 모니터를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제한하고 윈도우 태블릿이 고해상도를 탑재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장본인이다. 다행히 윈도우8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윈도우8은 최소 1024×768에서 최대 2560×1440 해상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1366×768을 기준 해상도로 정하고 해상도에 따라 레터박스로 채워 넣거나, 레이아웃을 해상도에 따라 자동 조정하거나, 배율 조정을 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고해상도에서도 적절한 크기로 개체를 보여주기 위해 100%, 140%(HD 태블릿 등), 180%(쿼드-XGA 태블릿 등) 세 가지 배율로 개체를 확대해준다. 또한 해상도와 화면 크기에 따라 적절한 배율이나 레이아웃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 서로 다른 기기에서 가장 나은 디스플레이 성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참고 : 윈도우8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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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윈도우8 공식 블로그

반면 애플은 안드로이드나 윈도우와는 사뭇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010년 6월 공개된 아이폰4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960×640으로, 아이폰3GS 480×320에서 가로, 세로 픽셀수가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났다. 2012년 3월 공개된 아이패드 3세대의 해상도는 2048×1536으로 역시 전작인 아이패드2(1024×768) 해상도의 정확히 두 배다. 올 6월 출시된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15형은 2880×1880(전작은 1440×900), 10월 출시된 13형은 2560×1600(전작은 1280×800)이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키워드는 ’2배’이다.

121217 retina_4그렇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해 제공하는 애플은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처럼 다양한 해상도와 화면 크기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애플이 찾은 해법은 ‘×2′였다. 해상도를 두 배로 늘리는 동시에 운영체제에서 스케일 배율을 2배로 확대한 것이다(왼쪽 사진 – 출처 : http://www.anandtech.com). 정수 배의 스케일 배율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 매우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애플의 경우에는 가로 세로 픽셀 수를 두 배로 맞췄기 때문에 과거 하나의 픽셀로 표현됐던 점을 2×2=4개의 픽셀로 표현하게 된다. 정수배가 아닌 소수점이 있는 배율에서는 디스플레이의 픽셀 수와 도트수가 일치하지 않아 별도의 보간법(interpolation)이나 필터링을 적용해야 하지만, 애플 레티나 디스플레이처럼 정수 배로 똑 떨어질 경우에는 별도의 보정 처리 없이 최상의 화질을 제공할 수 있다.

보간법이나 필터링이 적용된 화질과 정수 배로 정확히 확대한 화질의 차이는 심각할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육안으로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제품을 쓰는 이용자라면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Retina 디스플레이에 최적화’ 옵션이 아닌 다른 해상도로 바꿔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레티나 맥북 프로의 경우 다른 해상도로 변경하면 일단 레티나에 꼭 맞는 2배 배율로 화면을 스케일업한 다음, 이를 다시 화면 크기에 맞도록 부동 소수점 필터를 활용해 일정 비율로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보여준다. 이를 적용해보면 레티나 디스플레이 최적화 옵션과 비교해 선명도가 소폭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상시로 필터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자원을 지속적으로 잡아먹는 단점도 생긴다.

애플이 960×640(아이폰), 2048×1536(아이패드), 2880×1880 혹은 2560×1600(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등 다른 제조업체에서 잘 쓰지 않았던 다소 생경한 해상도를 들고 나온 것도 바로 2배의 규칙을 지켜서 최대한의 선명도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엔드-투-엔드 통합의 또 다른 장점이며, 애플이 가장 먼저 일반 소비자 시장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등 운영체제 따로 하드웨어 따로 개발되는 플랫폼에서는 쉽게 적용할 수 없는 전략이다.

서드파티 개발자들은 애플이 제공하는 API를 이용해 손쉽게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응할 수 있다. 모든 벡터 기반의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애플 API가 알아서 정수 배로 확대해준다. 비트맵 이미지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선형 보간법을 적용하게 되는데, 만약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맞춘 4배 크기의 별도의 이미지를 준비했다면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고해상도 이미지로 대체해서 선명하게 출력해준다. 레티나가 아닌 제품과 레티나 제품 두 가지를 지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늘어난 셈이지만, 수많은 해상도와 화면 크기를 고려해야 하는 안드로이드와 비교하면 여전히 양반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4배 선명해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서도 이전 제품들과 동일한 크기로 모든 레이아웃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해상도가 4배 높아졌지만 모든 객체가 가로, 세로 각 2배씩 4배 크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48×1536의 아이패드 4세대의 경우 선명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애플리케이션의 모든 구성은 아이패드2(1024×768) 동일하다. 픽셀수만 2048×1536이지 화면에서 개체가 표현되는 크기는 전작의 1024×768 해상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소비자들은 달라진 크기와 레이아웃에 새로 적응해야 할 필요 없이 레티나의 고해상도만 즐기면 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전작들을 ‘오징어’로 보이게 할 만큼 강력한 매력을 자랑했지만, 특히 맥북 프로에서는 그 가치가 더욱 극대화된다. 특히 사진, 영상 편집 등 전문가들의 작업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어퍼쳐(Aperture)나 아이무비(iMovie), 파이널 컷 HD(Final Cut HD)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보면, 메뉴 등 UI 요소는 스케일업해서 처리되지만 사진과 영상 등 편집 대상은 스케일업 처리를 하지 않고 원본 픽셀 그대로 표시되도록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맥북 프로 레티나 15인치 모델의 경우 해상도가 2880×1880에 달하기 때문에 각종 도구목록을 띄워놓은 상태에서도 1080p 동영상을 풀사이즈로 띄워놓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4나 아이패드 3세대가 처음 출시됐을 때 확인했듯이, 레티나 API를 적용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오히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닐 때보다 더 흐릿하게 표시되는 단점이 있었다. 억지로 2배로 확대해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현저히 객체가 작아 보이더라도 1:1 배율로 표현하는 방법과 억지로라도 2배로 확대해서 이전과 동일한 크기로 보여주는 방법 사이에 선택의 문제가 있었고, 후자가 차라리 나은 선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많은 서드파티 앱이 레티나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는 추세다.

진짜 아쉬운 점은 애플리케이션보다는 웹에서 발생한다. 사파리를 포함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웹브라우저에서 웹사이트를 열어보면 텍스트는 믿지 못할 정도로 선명하게 표현되지만, 억지로 확대된 이미지들은 심각하게 흐릿하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이전보다 더욱 흐리게 보일 정도다.

물론 웹사이트의 경우에도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맞춘 고해상도 이미지를 별도로 제공하도록 개발하면 선명하게 볼 수는 있다. 애플 공식 웹사이트와 오픈소스 프로젝트 사이트인 기트허브(Github)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웹사이트를 제외하면 일부러 레티나를 지원하는 웹사이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애플이 앱스토어 생태계에 발휘하는 영향력과 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천지차이다. 레티나를 지원하는 웹사이트가 iOS나 OS X 애플리케이션처럼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한참 동안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는 흐릿한 웹 이미지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평범한 사례는 아니지만 웹사이트에서 레티나 지원을 고려한다면 기트허브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록 100%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애플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운영체제의 지원과 고해상도 IPS 패널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성능을 뽐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색재현율과 색상 정확도, 명암비 등에서 동급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제품이 거듭되면서 유리 부분을 최대한 얇게 하고 커버 유리와 LCD 사이의 공기층을 제거해서 디스플레이 두께를 줄이고 반사율을 낮추는 등 개선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121216 HTC DROID DNA

HTC 드로이드 DNA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언제까지나 최고의 디스플레이 자리를 유지하라는 법은 없다. 특히 2013년에는 모바일과 PC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고해상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우8은 전작들의 아쉬운 해상도 지원에서 벗어나 고해상도 지원 기능을 충분히 갖췄으며 앞으로 다양한 고해상도 윈도우8 태블릿들이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태블릿 뿐만 아니라 5인치 대 크기에 풀HD(1920×1080) 해상도를 탑재한 제품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샤프와 LG가 5인치 대 풀HD 해상도를 갖춘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 샤프 아코스(SH930W)와 HTC 드로이드 DNA가 풀HD 스마트폰의 첫 테입을 끊었다. 내년 초에는 LG전자와 삼성전자에서도 풀HD 스마트폰이 공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해상도 경쟁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선명도가 아니라 스펙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같은 값이면 해상도는 높을 수록 좋다지만, 4~5인치 수준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1280×720(갤럭시S3)나 1280×768(옵티머스G)를 넘어 1920×1080 풀HD 해상도가 꼭 필요한 지, 현재 안드로이드의 고해상도 처리 방식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제공할 수 있을 지도 꼼꼼히 따져볼 부분이다.

앞서서 고해상도 시대를 개척한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단지 픽셀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어진 해상도에서 최고의 선명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2013년 본격화될 풀 HD 경쟁이 단지 또 하나의 스펙 경쟁으로 변질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편리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포스트 PC 시대를 맞이하는 MS와 애플의 상반된 전략

예전에 함께 일하던 후배 기자가 노트북을 맥북 에어로 바꿨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만 해도 맥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매장에서 잠시 체험해보거나 지인 것을 잠깐 만져본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맥북 에어로 바꾼 후배가 마우스 없이 트랙패드만으로 기사 작업을 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기사 마감으로 한시가 바쁜 상황. 옆에서 지켜보다 답답해서 결국 한 마디 했습니다.

“마우스 없니? 기사 빨리 마감해야 되는데?”

“마우스요? 트랙패드가 더 편한데요?”

마우스보다 트랙패드가 더 편하다니,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린가요? 후배가 이것 저것 애플 제품을 늘려가더니 드디어 애플병이 들어도 심하게 들었구나 생각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맥북을 써보게 되면서 마우스를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게 된 것은 한 참 후의 일입이다.

애플, 터치스크린이 꼭 필요해? 트랙패드면 됐지!

애플은 2010년에 공개된 맥 OS X 10.7 라이언에서 멀티 터치 제스처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멀티 터치를 지원하는 매직 마우스나 매직 트랙패드, 맥북에 내장된 트랙패드에서 멀티 터치 제스처로 OS X의 각종 기능을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입니다. 클릭이나 스크롤은 물론이고, 두 손가락을 오므리거나 벌려서 화면을 확대 혹은 축소하거나 두 손가락을 회전시켜 사진을 회전시키거나, 심지어 뒤로 가기, 앞으로 가기, 데스크톱 전환하기, 런치패드 실행 등 다양한 작업을 모두 손가락 만으로 할 수 있습니다.

 트랙패드 자체의 성능이나 터치감도 다른 윈도우 계열 노트북이나 액세서리 업체들이 쉽사리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훌륭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애플은 이후로도 OS X 10.8 마운틴 라이언으로 이어지는 업데이트를 통해 마우스나 트랙패드만으로 더욱 다양한 작업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나가고 있습니다.

iOS의 멀티 터치 기능을 노트북과 일체형 PC에 최적화된 형태로 옮겨 온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맥북이나 아이팩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하지 않고도 멀티 터치 기능을 십분 이식했다는 점입니다. 윈도우 기반의 노트북들도 멀티 터치 트랙패드를 내장하기 시작했고, MS도 직접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마우스를 출시하기도 했지만 운영체제와의 궁합 면에서는 아직 OS X에 미치지는 못하는 수준입니다.

MS, 터치스크린이 미래… 윈도우 뜯어 고쳐!

시간이 흘러 드디어 윈도우8이 출시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8을 선보이면서 기존 윈도우 UI에서 터치 패드의 활용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아예 한 발 더 나아가 터치스크린을 염두에 두고 타일 형태의 모던 UI를 만들어냈습니다. 윈도우폰에서 처음 시도해 참신한 평가를 받았던 메트로 UI를 그대로 PC로 가져온 것입니다.

사실 MS는 태블릿 PC의 원조격입니다. 약 10년 전, 빌 게이츠 회장은 컴덱스 2001 기조연설에서 펜 입력이 가능한 태블릿 PC를 소개했으며, 이듬해에는 “태블릿 PC가 5년 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PC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태블릿 PC의 전도사로 나섰습니다. 이어서 출시된 윈도우 XP에서는 태블릿 PC 에디션을 발표했고, 컴팩, 도시바, 에이서, 후지쯔, HP 등 많은 PC 메이커들이 태블릿 PC를 잇따라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하기 전까지 게이츠 회장의 발언은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실패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윈도우 운영체제 자체가 태블릿 PC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MS가 윈도우8을 출시하면서 모던 UI를 선보인 것은 드디어 윈도우의 인터페이스를 터치스크린에 걸맞게 뜯어고치면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과연 윈도우8은 태블릿에서 이용하기에는 기존 윈도우보다 훨씬 나은 경험을 보여줍니다. 과거 윈도우 기반 태블릿들이 감압식 터치스크린에서 손톱 만한 아이콘을 스타일러스펜으로 꾹꾹 찍어 눌러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윈도우8, 과연 터치스크린 없이도 쓸 만 한가?

그러나 문제는 윈도우8이 과연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 기존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서도 유용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터치스크린이 없는 PC에서 윈도우8을 쓰다보면 기존의 데스크톱 모드를 기본으로 이용하면서 가끔씩 타일 형태의 윈도우8 스타일 모드를 보조로 이용하게 됩니다. 이는 맥 OS X에서 종종 런치패드를 이용하는 것과 보여지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가끔씩 윈도우8 스타일 모드를 쓰기 위한 목적으로 윈도우7에서 윈도우8으로 갈아타야 할까요? 실제로 기존 PC에서 윈도우8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가 다시 윈도우7으로 돌아가는 이용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시작 버튼이 사라지고 대신 매번 윈도우8 스타일 모드로 이동해야 하는 점은 많은 이용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터치스크린이 되는 노트북이나 일체형 PC에서는 어떨까요? 분명 키보드와 마우스/터치패드 뿐만 아니라 제3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추가됐다는 점은 나쁘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가격 상승까지 감내할 만큼 매력적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굳이 비싼 터치스크린을 탑재하지 않아도 터치 인터페이스를 트랙패드에서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애플이 이미 2010년에 OS X 라이언을 통해 입증해냈습니다.

노트북이나 PC에서는 사용자와 디스플레이의 거리가 스마트폰이 태블릿에 비해 다소 먼 편입니다. 손바닥 바로 밑에 있는 멀티터치 트랙패드가 훌륭하게 작동한다면 굳이 멀리까지 손을 뻗어 화면에 지문을 칠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화면을 터치하려면 마우스나 키보드에서 손을 떼야 하기 때문에 작업 능률면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윈도우8 노트북을 접해보지 않았더라도 기존에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도킹 키보드나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노트북처럼 이용해보려고 시도해봤던 소비자라면 키보드/마우스와 터치스크린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사실 그다지 편리하지 않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블릿 따로 노트북 따로 살래, 하나로 합쳐서 쓸래?

윈도우8의 터치스크린 기능이 가치를 십분 발하는 순간은 기존의 정형화된 노트북 폼 팩터보다는 키보드 액세서리나 스위블 혹은 슬라이드 방식으로 태블릿과 노트북으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는 제품들은 이용할 때입니다. 노트북으로 이용할 때에는 키보드와 마우스, 트랙패드에서 테스크톱 모드로 이용하다가, 화면을 분리하거나 돌려서 태블릿처럼 이용할 때에는 터치 인터페이스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태블릿과 노트북을 모두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제품입니다. 노트북과 태블릿을 한 번에 구입하면서 MS 오피스까지 쓸 수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태블릿 수준의 성능에서 윈도우를 구동하려고 해도 최소 80만원대(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피스RT 등)에서 110만원(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삼성 아티브 스마트PC, LG전자 탭북 등)이나 지출해야 합니다. 태블릿에서 오피스를 이용하는 비용 치고는 만만치 않은 셈입니다. 노트북까지 대체할 수 있는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이상의 제품을 구입하려면 1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써야 합니다. 아이패드나 넥서스7 등 태블릿 PC에 쓸만한 울트라북 제품을 함께 구입하는 것과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 실제로 윈도우8이 침체에 빠진 PC 시장에서 구원투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MS가 10월 말 윈도우8을 출시한 후 한 달 동안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윈도우 기반 PC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트북 판매는 24%, 데스크톱은 9%나 하락했습니다.

이 수치는 MS 서피스 판매량과 기업 시장 판매량은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MS가 공식적으로 서피스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올4분기에 50~60만대 가량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당초의 기대를 훨씬 밑도는 것입니다. 기업 고객들도 아직 윈도우8을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윈도우8이 PC 판매를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 합니다. 실제로 제조사에서는 PC 판매량이 하락한 원인으로 윈도우8을 지목하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MS에서는 제조사들의 제품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받아치는 상황입니다. 과거 새로운 윈도우가 출시됐을 때 PC 교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PC 시장이 활기를 띄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입니다.

이처럼 윈도우8 PC 판매가 부진한 것은 다소 생경한 윈도우8의 인터페이스와 여전히 건재한 윈도우7과 XP, 그리고 무엇보다 윈도우8 PC들이 대거 터치스크린을 탑재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제품이 주로 출시되면서 디스플레이 측면에서만 최소 100달러 이상의 가격 상승 요인이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슬라이드나 스위블 방식, 탈착식 등 새로운 기계 구조가 내장되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비슷한 사양의 넷북, 울트라북과 수백 달러까지 가격 차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애플 아이패드는 PC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판매된 아이패드만 해도 1억대를 넘어섰으며,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주요 PC 메이커의 PC 판매량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맥 제품군의 경우에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인기에 힘입어 선전하고 있습니다. 비록 전세계 PC 시장 점유율을 놓고 보면 아직 손가락에 꼽히지 못하고 있지만, 침체된 PC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두 자리수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단일 기종으로만 놓고 보면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수준입니다.

포스트 PC vs. PC+

정리해보면 애플은 맥북이나 아이맥 등 PC 제품에 터치스크린을 내장하는 대신 트랙패드의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를 보다 정교하게 개선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반면 기존 PC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MS는 기존 고객들을 다소 혼란에 빠뜨릴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과감하게 윈도우8을 터치스크린에 특화된 운영체제로 만들어냈습니다. PC 운영체제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MS가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진 반면, 한참 뒤쳐져 있는 애플은 기존의 PC 인터페이스를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니 다소 모순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모든 상황의 발단은 아이패드의 대성공에서부터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맥북과 아이맥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하지 않았을까요? 모바일 기기에서 정전식 터치스크린과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를 거의 업계 기본 사양 수준까지 대중화시킨 것이 바로 애플이었는데 말이죠.

해답은 과거 두 회사 경영진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티브잡스 전 애플 CEO는 2010년 아이패드를 선보이면서 포스트 PC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습니다. 아이패드로 상징되는 태블릿 등 새로운 제품군이 기존 PC 시장을 대체해나갈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우리가 농업국가였을 때, 모든 차는 트럭이었습니다. 농장에는 그게 필요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차량이 도심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승용차들이 더 보편화 되었습니다. 자동 변속기나 파워 스티어링과 같은 혁신, 그리고 트럭에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것들이 승용차에겐 중요한 것이 되었죠. PC도 트럭과 같은 존재가 될 겁니다. 그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여전히 가치가 있겠지만, 훨씬 적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겁니다.” – 스티브잡스 전 애플 CEO, 2010년 6월 D8 컨퍼런스

윈도우8 개발이 한참 진행되던 당시 팀 쿡 애플 CEO도 아래와 같이 비난한 바 있습니다.

“토스터와 냉장고를 통합시킬수야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아마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 팀 쿡 애플 CEO, 2012년 1분기 실적발표 중

이러한 발언을 종합해보면 애플은 아이패드로 포스트 PC 시장을 열어가면서도 동시에 기존 맥 제품에서는 PC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개선해나가면서, 서로 다른 제품군으로 동시에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폼팩터만 다를 뿐만 아니라 애플은 태블릿과 PC에 서로 다른 운영체제를 탑재하면서 아이패드와 맥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맥 OS X이 점차 iOS와 통합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알림센터와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아이클라우드 등 iOS에서 시작한 서비스와 기능을 맥에 알맞은 형태로 OS X에 추가하고 있는 수준이지, 태블릿에 맥 OS를 탑재하거나 맥에 iOS를 탑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MS는 윈도우8을 통해 태블릿과 PC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의 뿌리는 MS의 PC+ 전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애플은 지금이 포스트 PC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PC와 타블렛이 다르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저희 생각에 실제로는 그것이 완전히 틀린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 캐빈 터너 MS COO, 2012년 7월 MS 전세계 파트너 컨퍼런스

PC+는 1999년 빌 게이츠 전임 회장이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캐빈 터너 COO는 포스트 PC는 잘못된 개념이라며, 다시 한번 PC+의 시대를 주장했습니다. PC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것이며 태블릿과 PC 모두를 자유롭게 옮가가면서 터치와 펜, 마우스, 키보드가 모두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포스트 PC 대 PC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PC+ 이름으로 모든 제품을 통합해 나가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당시 포스트 PC가 맞냐, PC+가 맞냐를 두고 한 차례 논쟁이 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두 회사가 용어를 놓고 말장난으로 주도권 싸움을 하는 정도라는 평가에 힘이 실렸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애플과 MS의 제품을 놓고 비교해보면 단순히 용어를 둘러싼 힘겨루기 수준이 아니라, 포스트 PC 시대를 준비하는 두 기업의 전략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윈도우8이 테스크톱 모드와 윈도우8 스타일 모드, 두 가지를 한 몸에 같춘 모습으로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윈도우8은 분명 어느 정도 팔려나갈 것입니다.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MS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실제로 타미 렐러 MS 윈도우부문 공동 부사장은 지난 11월28일 윈도우8 라이선스가 4천만 개나 팔려나갔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윈도우8이 진정 성공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단지 호기심에 윈도우8을 프로모션 가격으로 내려받았다가 윈도우7으로 다운그레이드하는 소비자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폼팩터의 PC 시장을 활성화시키며 PC+의 시대를 열어젖혀야 제 몫을 다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윈도우8 PC의 시장 반응을 보면 녹록치는 않아 보입니다. 어쩌면 이번엔 MS가 너무 앞서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 소비자들은 터치스크린을 갖추고 상황에 따라 노트북에서 태블릿으로 변신할 수 있는 고가의 윈도우8 PC보다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탑재한 보다 저렴한 PC를 이용하면서 적절한 가격대의 태블릿PC를 구입하는 것에 더욱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과연 새로운 폼팩터의 윈도우8 PC가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인텔 i5급 준수한 사양을 갖춘 제품이 1백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다음에 다시 한번 살펴봐야 겠습니다.

한편, 애플이 머지 않아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할 것인지도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부분입니다. 만약 애플마저 내년 쯤 맥에 터치스크린을 집어넣기 시작한다면 윈도우8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할 지 모릅니다.

이와 관련해 서로 다른 두 명의 업계 관계자와 의견을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맥북에도 터치스크린이 필요하며,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져 온 애플의 흐름을 볼 때 이르면 내년 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맥북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어도 한 동안은 애플에서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PC가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가 PC에서 애플의 멀치터치 트랙패드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의 혁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애플이 맥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연 PC와 태블릿은 한 몸이 되어 PC+로 진화하게 될 운명일까요, 아니면 서로 다른 폼팩터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스트PC 시대로 넘어갈까요? 소비자들은 과연 노트북 따로 태블릿 따로 구입할까요, 윈도우8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택하게 될까요? 윈도우8의 PC+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조만간 애플이 터치스크린 맥북을 출시하게 될까요?

아이폰5, 30일 밤 10시 예약가입 시작… 7일 출시 확정

아이폰5의 국내 출시 일정이 오늘(12월30일) 밤 10시 예약가입 시작, 12월 7일 출시로 공식 확정됐습니다. SK텔레콤과 KT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잇달아 밝혔습니다.

https://twitter.com/SKtelecom/status/274344800810070016

https://twitter.com/olleh_mobile/status/274348155443748867

아직 출시 가격과 가입 요금제, 예약 가입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지되지 않았습니다. 양사는 구체적인 예약 가입 방법 등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UPDATE.

트위터 공지에서는 한발 늦었던 KT가 발빠르게 아이폰5 예약 가입 방법과 혜택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지했습니다.

KT의 예약 가입 방법을 살펴보면, 기존에 KT를 통해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은 ##4545를 통해 문자로 신청하는 방법이 가장 빠릅니다. KT는 기존 아이폰 고객에게 선착순 1만명 우선 개통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선착순으로 1만명이 마감되면 다음 진행 차수로 예약됩니다. 아이폰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KT 고객이라면 ##4545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지만 우선 개통 혜택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4545로 문자를 보낼 때에는 용량과 색상(예 : 16흰색, 흰색 16 G 등)을 간단히 적어 발송하면 기변 신청이 접수되며, 정상 접수가 되면 차수 회신 문자가 발송됩니다. KT는 “문자 메시지 폭주로 인해 회신이 늦어질 경우 올레닷컴을 통해서도 발급 차수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문자로 신청하신 후에 출시일 전까지 가입신청서를 작성해야 절차가 완료된다”라고 전했습니다.

기존 KT 고객이 아니라면 문자 신청 대신 모바일웹 신청 사이트와 올레닷컴, 전국 올레 매장 및 올레 플라자를 통해 아이폰5의 예약 가입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올레닷컴을 통한 예약 가입의 경우 가입 모델과 유형, 주민등록번호와 핸드폰 번호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해 신청을 하면 예약 차수를 부여받게 되며, 이어서 수령할 매장을 지정하고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KT는 아이폰5의 예약 가입 사이트와 관련 링크는 예약 가입이 시작되는 30일 밤 10시에 오픈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T를 통해 아이폰5를 예약 가입할 경우 기존 아이폰 고객에게 제공하는 우선 개통 혜택 이외에도, VIP 고객 할인, 올레 그린폰 보상 할인(중고폰 반납 보상), 별 사용 추가 할인 등의 혜택은 물론, 액세서리 패키지와 올레TV 나우팩 6개월 무료이용권, 유클라우드 20GB 추가(총 70GB), 애플케어 10% 할인쿠폰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올레닷컴을 통해 예약을 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구매한 고객에게 제공하는 에버노트 프리미엄 1년 사용권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통신사와 예약 가입 방식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일찌감치 예약하는 만큼 혜택도 충분히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KT 올레 스마트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편 SK텔레콤은 아직 구체적인 예약 가입 방법과 혜택을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30일 밤 10시부터 공식 온라인 판매 채널인 T스마트샵을 통해 예약가입을 실시할 예정이며, 온라인을 통해 예약 가입을 신청한 고객들은 아이폰5 출시 이후 최우선적으로 개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예약 방법과 판매 매장 목록은 SK텔레콤의 아이폰5 예약판매 페이지(skt-lte.co.kr, www.tworldshop.co.kr)를 통해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UPDATE 2.

SK텔레콤도 아이폰5 예약 가입 방법을 공지했습니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예약은 선착순 5만 명만 한정으로 받고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예약 가입을 진행하는 점에서 KT와 차이가 있습니다. SK텔레콤은 기존 아이폰 출시 때처럼 온라인 허수 예약이 많아 전체 고객의 개통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K텔레콤을 통해 온라인 예약을 하려면 30일 밤 10시부터 공식 온라인 판매 채널인 T월드샵을 통해 선착순 5만 명 안에 들어야 합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예약가입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수 3일 이내에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SK텔레콤은 정식 출시일인 7일에 예약 가입 고객에게 최우선 개통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 예약이 마감된 이후에는 SK텔레콤의 전국 1,800여 아이폰5 지정판매대리점 및 컨시어지, 프리스비, 에이샵, 윌리스 등 애플 공식 리셀러 매장 등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예약가입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KT와 SK텔레콤의 아이폰5 예약 가입 방식을 비교해보면, KT는 문자 메시지와 온라인을 통해 최대한 많은 예약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데에 중점을 뒀고, SK텔레콤은 온라인 허수 예약을 줄여 실제 고객의 개통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양사의 방식 가운데 어떤 전략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SK텔레콤의 선착순 5만명 안에 들지 못한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할 지 아니면 KT로 이동할 지, 전례를 볼 때 문자메시지와 온라인 예약을 통해 수십만 가량의 예약 가입 신청이 예상되는 KT가 배송 및 개통 과정에서 잡음 없이 깔끔하게 예약 가입을 진행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한편, 통신사와 예약 가입 방식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아이폰5를 일찌감치 예약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양사의 예약 가입 혜택도 살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KT는 예약 가입 고객에게 액세서리 패키지와 올레TV 나우팩 6개월 무료이용권, 유클라유드 20GB 추가 제공, 애플케어 10% 할인 쿠폰 제공, 에버노트 프리미엄 1년 사용권 등을 혜택으로 내걸었습니다. 이에 맞서  SK텔레콤은 멜론 익스트리밍 6개월 무료 제공, 24개월간 T맵 이용료 무료, 하나SK카드 소지시 3개월간 앱스토어 결제 50% 캐시백(월 2만원 한도) 등의 혜택을 제공합니다.

기존 쓰던 아이폰을 반납할 경우 양사가 모두 중고폰을 매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보상 액수에서는 양사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정상작동하며 파손되지 않은 아이폰4를 기준으로 KT olleh 그린폰과 SKT T에코폰 모두 26만원을 보상합니다.

그 밖에  KT는 LTE WARP 가상화 기술과 국내 최대 20만 AP를 갖춘 올레 와이파이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고, SKT는 LTE 가입자 숫자와 멀티캐리어를 내세워 아이폰5 고객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어떤 통신사의 서비스 품질이 더 우수한 지 자세한 내용은 양사 블로그 포스트를 읽어보시고 결정에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요금이 더 싼 것도 아니고 품질이 심하게 차이나는 것도 아닌데 서로 상대방을 깎아내리기도 하면서 열심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네요.

KT 아이폰5가 좋은 7가지 특별한 이유

SKT 아이폰5를 선택해야 하는 9가지 이유

국내 출시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만큼 하루라도 빨리 아이폰5를 서둘러 손에 쥐고 싶은 독자라면 오늘 밤 10시 드라마 보시지 말고 대기하고 계셔야 할 듯 합니다. 예전처럼 꼭두새벽이나 출근 시간은 아닌 게 차라리 다행일까요?

부모들을 위한 iOS 6 최고의 숨은 기능, ‘사용법 유도’

iOS 6는 지도 문제와 각종 버그로 출시 초기 많은 불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iOS 6에서 향상된 기능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업그레이드된 시리나 페이스북 통합, 패스북 등 널리 알려진 기능 말고도, 방해금지 모드처럼 소소하지만 써보면 유용한 기능들이 여럿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유독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용법 유도(Guided Access)’ 기능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21127 guided access

유아나 초등학생 등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에게 유아용 전자책이나 학습용 게임 등을 보여주기 위해 종종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잠시라도 아이에게 눈을 떼면, 아이가 이것 저것 화면을 만지다가 홈버튼을 눌러 앱이 꺼지거나, 심지어 실수로 앱스토어나 인앱 결제를 통해 유료 결제를 누르거나(물론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긴 합니다) 동영상이나 인터넷을 켜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란 아이라면 부모 몰래 재미 없는 학습용 앱을 끄고, 언제든 게임을 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사용법 유도’는 바로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기다려왔던 바로 그 기능입니다. 홈버튼이 눌러지지 않도록 막고 화면의 특정 부분만 터치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법 유도는 설정 – 일반 – 손쉬운 사용 – 사용법 유도에서 설정할 수 있으며, 암호를 걸어 사용법 유도 기능을 빠져 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정 방법과 기능은 영상을 통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ew-3zg_SeTE&feature=youtu.be

애플이 iOS 6에 사용법 유도 기능을 추가한 취지는, 사실 교육 시장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만약 교육 당국에서 시범 사업을 위해 아이패드를 교육 현장에 비치했는데 학생들이 수업은 안 듣고 저마다 인터넷이나 게임에만 열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험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열심히 시험을 치고 있는데 실수로 홈버튼을 눌러 실수로 앱이 종료되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이럴 때 사용법 유도 기능을 활용하면, 학생도 교사도 모두 ‘멘붕(?)’ 상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부모나 교사 뿐만 아닙니다. 아이패드를 카페나 식당에서 메뉴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장님, 전시장 부스에 아이패드를 비치해 방문객이 회사나 제품 소개를 볼 수 있도록 제공하거나 미니 키오스크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 등 아이폰, 아이패드를 특별한 목적에 따라 제한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지금 바로 설정에서 사용법 유도 기능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창간기념 끝장리뷰] 애플 아이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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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당시 디퍼스 창간 준비를 시작하며 취재는 손 놓고 있었지만, 아이폰5 발표 행사는 밤새워 지켜봤다. 새 아이폰은 더 빠른 성능과 더 커진 화면, LTE로 무장하고도 더 작고 가벼워졌다. 아이폰만의 ‘매력’은 여전했지만, 반면 옛날처럼 “이건 무조건 사야해!”하는 ‘마력’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히 발표 전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각종 루머가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새벽잠을 깨울 만큼 참신한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발표 후 애플의 혁신 동력이 떨어졌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폰5 기기의 문제는 아니지만 iOS 6의 소소한 버그들과 차마 지도라 부르기 어려운(특히 국내에선 더더욱) 애플 지도 문제는 충분히 비판을 받을 만 했다. 개인적으로도 새롭게 디퍼스도 창간하면서 당분간 쫄쫄 굶을 텐데, 웬만하면 지금 쓰는 휴대폰들로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안드로이드 많이 좋아졌다. 굳이 통신비를 늘려가면서까지 아이폰5로 바꿀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폰5가 미국에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국내 출시는 오리무중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담달폰’, 혹여 ‘내년폰’이 될 지도 모를 아이폰5를 마냥 기다려야 하나, 다른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폰5가 예정대로 출시됐더라면 디퍼스닷넷 창간 일정을 훌쩍 앞섰을 텐데, 고맙게도(?) 출시가 지연되면서 창간 기념 리뷰로 아이폰5를 다뤄보자고 결정했다.

이미 국내외에서 아이폰5 리뷰는 여럿 나왔다. 이 리뷰에서는 ‘과연 아이폰5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개인적인 고민을 심중에 깔고, 아이폰5를 최대한 조목조목 살펴보고자 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독자들께 좋은 안내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연 독자들은 이 리뷰를 끝까지 읽은 후에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아이폰5를 기다릴까, 기대를 접을까. 궁금해진다.

그럼 어디 한 번 아이폰5를 조목조목 살펴보자.

디자인 Design

모두들 아시다시피 아이폰5에서 가장 큰 변화는 화면 크기가 4인치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이폰을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애플은, 좌우 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위아래 길이만 늘렸다.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것처럼, 딱 아이콘 배열이 한 줄 늘어난 크기라고 보면 된다. 세로 길이가 길어졌지만 손에 쥐었을 때 검지로 전원 버튼을 누르기에 큰 무리는 없는 수준이다.

애플의 설명처럼 아이폰5의 넓어진 화면에서 웹사이트를 조금 더 길게 보거나 메일 목록을 하나 더 보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가로방향으로 동영상을 볼 때에는 전작과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아이폰이 드디어 3:2 화면 비를 버리고 16:9 비율을 가지게 됐다. HD 영상이 화면에 꽉 차게 재생되기 때문에 아이폰4S와 동영상 재생 시 화면 크기 차이는 0.5인치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4:3 화면 비를 고수하면서도, 아이폰에서는 16:9 비율로 전환한 것이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평가한다. 큰 태블릿에서는 위아래 레터박스가 있더라도 충분한 크기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책과 문서를 풀사이즈로 읽을 수 있는 크기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반면 어차피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에서는 동영상 보는 맛을 최대한으로 살려주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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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위)와 아이폰4S(아래) 동영상 재생 크기 비교>

좌우 폭을 유지한 덕분에 아이폰의 장점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5에서도 동일한 픽셀 밀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기존 아이폰 앱들도 크기를 뻥튀기 시키지 않고 제 크기대로 보여준다. 물론 세로 길이가 남기 때문에 위아래는 레터박스로 검게 처리된다.

기존 앱과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화면을 크기를 늘리기에는 위아래만 0.5인치 정도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아이폰의 앱 생태계는 너무나 커져버렸고, 옛날처럼 애플이 해상도를 바꾼다고 앱스토어의 수많은 앱들이 일제히 크기를 변경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이폰5가 미국을 비롯해 1차 출시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레터박스 신세를 져야하는 앱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국내엔 아직 아이폰5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4인치 화면을 지원하는 앱을 찾아보기 힘들다.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를 비롯해 몇 개 앱들이 4인치 화면을 지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이버앱과 다음앱도 아직 아이폰5에 맞춰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마도 iOS6에서 구글맵이 없어진 기회를 노리고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폰5를 처음 만져본 사람들이 가장 먼저 뱉는 말은 십중팔구 “어, 엄청 가볍네” 정도가 될 것이다. 아이폰4S와 비교해 무게가 20%나 줄어들었다. 실제로 손에 줬을 때 가벼운 느낌은 숫자로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두께도 18% 줄어들어 7.6mm에 불과하다. 아이폰4S를 만지다가 아이폰5를 손에 쥐면 실제 제품이 아니라 데목 목업을 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설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두께를 줄이기 위해 디스플레이 부분도 대폭 손을 봤다. 일반적으로 터치스크린은 픽셀층 위에 터치 전극층을 별도로 둬야 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 이상 두께를 줄이기 어려운데, 애플은 픽셀 자체가 이미지를 표시하면서 터치 감지까지 동시에 하는 인셀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디스플레이 부분만 놓고 봤을 때 30%나 두께가 얇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애플은 아이폰5를 더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공을 들였다. 마이크로SIM보다 작은 나노SIM이라는 규격을 만들어냈고, 2003년부터 줄곧 써왔던 30핀 커넥터도 갈아치웠다. 더 얇고 가벼워진 아이폰5가 주는 ‘손맛’은 둥근 뒷면을 가졌던 아이폰3GS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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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왼쪽)과 아이폰4S(오른쪽)의 두께 비교>

아이폰5의 뒷태를 얘기하지 않고 디자인 리뷰를 마무리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드디어 아이폰에 알루미늄 유니바디 디자인이 적용됐다. 다른 애플 제품과 통일성이 더욱 늘어난 셈이다. 안테나를 위해 뒷면 상하단은 인레이 방식으로 유리를 배치했는데, 상당히 고급스러운 투톤 디자인이 완성됐다. 특히 화이트 모델이 인기가 있었던 전작과 달리 아이폰5는 블랙 모델의 투톤 배치가 매력적이다. 또한 모서리 부분을 다이아몬드로 커팅했는데, 외관상 반짝 거릴 뿐만 아니라 손에 쥐는 느낌에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많은 해외 이용자들이 제기하고 있듯이 실제 이용하다 보면 아노다이징 처리된 모서리 부분이 살짝살짝 벗겨질 수 있다. 범퍼나 케이스를 씌우면 되겠지만 그러면 다이아몬드 커팅 같은 디자인적인 디테일은 포기해야 한다. ‘생폰’의 위험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그 밖에 소소한 변화를 꼽아보자면 아래쪽 내장 스피커 부분이 철망 재질에서 격자 구멍 형태로 바뀌었으며, 이어폰 단자 위치가 위에서 아래로 이동했다. 계속 아이폰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처음에 다소 혼동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을 쥐고 있다가 주머니에 넣는 동선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변화다.

아이폰5의 디자인은 전격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면의 화면 크기부터 더 얇아진 옆면, 아노다이징으로 새롭게 갈아입은 뒤태까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더 얇고 가벼워졌을 뿐만 아니라 그립갑도 향상됐으니, 아이폰4에서부터 이어져 온 둥근 사각형 디자인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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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및 성능 Specification & Performance

아이폰5의 두뇌를 책임지는 것은 듀얼코어 A6 프로세서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듀얼코어 1GHz로 동작하며 램(RAM)은 1GB로 밝혀졌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S3가 쿼드코어 1.4GHz에 2GB 램을 갖춘 것을 생각하면 숫자 면에서는 현저히 부족해 보이는 사양이다.

그러나 실제 성능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의 결과에 따르면 듀얼코어 아이폰5는 각종 쿼드코어 안드로이드폰에 필적하거나 간혹 앞지르는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웹 서핑 속도를 좌우하는 자바스크립트 처리 및 웹 브라우징 성능 테스트에서는 다른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웹 브라우징 부분은 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모바일 사파리의 성능도 한 몫을 했겠지만, 실사용에서 속도감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지표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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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 성능의 비밀은 애플의 칩 디자인에 있다. 애플은 A6 칩에 ARM의 상용화된 아키텍처를 이용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커스텀 코어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코드명 스위프트(Swift)로 불리고 있는 이 아키텍처는 현존하는 ARM 상용 아키텍처보다 전력과 성능 면에서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GPU는 수년간 성능 면에서 수위를 지키고 있는 이매지네이션의 PowerVR SGX 543MP3를 채택하고 있다. 이매지네이션과 경쟁사의 격차는 예전처럼 크진 않지만 여전히 최고의 선택이다.

사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하드웨어 성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이폰5의 성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폰 전작과 비교하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위의 모든 설명이 복잡한 분들을 위해 쉽게 정리해드리자면 아이폰5가 아이폰4S에 비해 2배 빨라졌다는 애플의 설명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다. CPU면 CPU, GPU면 GPU 대부분의 부문의 성능 평가에서 최소 1.8배에서 최대 3.2배까지 빨라진 것으로 나온다.

이미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2배의 성능 향상은 불과 0.x초 차이로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아무튼 전작과 비해 훨씬 쾌적해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적어도 아이폰5의 사양을 보고 “에게,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아직도 듀얼코어야?”하는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겠다. 여전히 배터리가 ‘안습’인 인텔 아톰 탑재 기기를 제외하곤 아직 성능 면에서 아이폰5를 앞지른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다. (물론 새로운 프로세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 쏟아질 내년 초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더욱 빠른 네트워크 속도를 자랑하는 LTE와 만나면 빨라진 프로세서 성능은 한층 빛을 발할 것이다.

LTE 지원은 화면 크기, 프로세서과 함께 아이폰5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아이폰 중에 처음으로 4세대 LTE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1년 전 애플이 아이폰4S를 출시할 당시에도 LTE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통신 기술이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갈 때 애플에 한 차례 위기가 올 수 있겠다고 예상해왔다. 전세계 통신사들이 각기 다른 일정으로 4세대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1년에 한 제품씩 출시하는 애플의 제품 주기로는 적절한 타이밍에 대처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 두 모델로 전세계 시장을 커버하기에는 전세계 LTE 주파수가 너무 중구난방이다.

애플은 성급히 LTE를 지원하는 대신 퀄컴의 새 모뎀칩이 서로 다른 LTE 주파수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폰5에 탑재된 퀄컴의 MDM9615 모뎀칩은 전세계적으로 40여개의 LTE 주파수를 커버할 수 있다. 단지 3개의 모델에서 RF 안테나 부분과 일부 설정 값만 달리하는 것으로 아이폰5는 LTE폰이 될 수 있었으며, 두께도 한층 얇아질 수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1년 전부터 안드로이드폰에서 LTE 서비스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아이폰5가 LTE를 지원하는 것이 큰 변화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1년에 한 제품 사이클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성공적으로 4세대 통신망에 대응할 수 있었으며, 이는 애플 내부적으로는 큰 혁신으로 평가할 수 있다. 1년 전 출시된 아이폰4S는 LTE를 지원하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판매량이 줄지는 않았다. 아이폰5는 단지 3개의 모델로 대부분 국가에서 LTE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올 초 출시됐던 3세대 아이패드가 북미 지역에서만 LTE를 지원했던 것이나, 최근 출시된 구글 넥서스4가 LTE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LTE와 관련해 한 가지 남은 포인트는 국내 통신사들의 LTE 서비스와 얼마나 궁합이 잘 맞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아쉽게도 아이폰5를 리뷰하면서 국내 LTE 망에 물려 테스트해 볼 기회는 없었다. SK텔레콤의 메인 LTE 주파수인 850MHz 대역이 전세계적으로 드문 주파수이긴 하지만, 국내 출시가 다소 지연되며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정식 출시 때는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큰 문제 없이 출시된다면 LTE는 소비자들이 아이폰5에서 가장 큰 성능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아이폰5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국내 LTE망과 연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출시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LTE 품질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악재가 될 여지도 있다.

A6칩과 LTE 만큼 결정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카메라 성능도 상당히 향상됐다.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화소수는 800만 화소로 아이폰4S와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실제로 비교해보면 어렵지 않게 성능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셔터 속도가 40% 빨라져 원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게 됐으며, 연사 능력도 향상됐다. 새롭게 추가된 파노라마 기능은 기존에도 서드파티 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었지만, 기본 카메라앱에 포함되면서 접근성이 향상됐다. (카메라 기능에 대한 보다 자세한 리뷰는 아래 기능 편에서 이어진다)

작아진 라이트닝 커넥터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라이트닝 커넥터는 마이크로USB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애플은 이번에도 표준 단자를 이용하기를 거부했다. 게다가 규격도 USB 2.0에 머물러 전송 속도가 더 빨라진 것도 아니다. 앞뒤 방향을 가리지 않고 꽂을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용자로서는 딱히 장점을 찾기 어렵다. 애플이 기존의 30핀 커넥터를 포기하고 라이트닝 커넥터를 채택한 것은 순전히 아이폰5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커넥터가 달라진 점은 아이팟, 아이패드 등 기존에 다양한 애플 기기를 이용하고 있거나, 도킹 스탠드, 스피커 독 등 30핀과 호환되는 여러 액세서리를 보유한 소비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물론 애플이 기존 30핀 케이블과 라이트닝 포트를 연결할 수 있는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지만 엄지손톱 만한 녀석이 가격은 무려 4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비디오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등 기능도 완벽하지 않다. 기존 애플 제품 구매자가 아이폰5를 추가로 구매할 경우에는 어댑터를 무료로 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제품 크기를 줄이는 것 외에는 큰 장점이 없는 라이트닝 커넥터와 달리 아이폰5의 인셀 디스플레이는 더 나은 디스플레이 성능을 뽐낸다. 픽셀 밀도는 아이폰5와 동일하지만 채도와 명암비가 향상됐다. 그렇지만 사실 아이폰4S의 디스플레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새 디스플레이는 크기를 제외하고는 체감하기에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실사용 시에는 채도나 명암비 향상보단 반사율이 낮아진 점이 반갑다.

과거 아이폰4에서 큰 이슈가 됐던 통화 품질 문제는 아이폰5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리뷰들을 살펴보면 콜 드롭 현상 등 과거에 제기됐던 통화 품질 관련 지적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폰5부터는 외부 마이크가 3개로 늘어나는 등 더욱 향상된 노이즈 감소 기능도 적용됐다. 국내 통신사들이 지원하지 않았던 와이드밴드 오디오 기술도 조만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SK텔레콤과 KT가 내년 초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잇달아 밝혔는데 통화 음질 향상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아이폰5의 배터리다. 다양한 목적으로 연속 이용을 했을 때 상황에 따라 8~12시간 정도 유지된다. 아이폰5가 더 얇고 가벼워졌다는 점과 LTE가 추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성능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다. 아이폰4S와 비교해 배터리 지속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사용기도 많다. 신제품의 경우 하루 종일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배터리 교환은 되지 않으니 헤비 유저의 경우에는 휴대용 충전기를 하나 챙기고 다니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이다.

기능 Features

우선 아이폰5의 카메라 기능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이폰5에 탑재된 새 아이사이트(iSight) 카메라는 화소수는 전작과 동일하지만 저조도 촬영과 노이즈 감소 기능이 향상됐다. 보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저조명 환경에서 실제로 촬영을 해보면 생각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아이폰4S와 갤럭시S3, 갤럭시 노트2 등 다른 최신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를 해보면 아이폰5 카메라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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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이폰5 갤럭시노트2 갤럭시S3의 야간 촬영 사진. 모두 플래시를 끈 채 초점만 맞추고 촬영>

물론 비교 대상이 된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2의 카메라도 매우 뛰어난 편이다. 이들 카메라에서도 설정에서 야간 촬영 모드를 켜면 저조도 촬영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 그러나 야간 모드를 켜면 셔터 스피드가 크게 느려지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연신 셔터를 눌러대야 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최신 갤럭시 시리즈에서 만족할 만한 야간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삼각대가 필요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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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이폰5 갤럭시노트2 갤럭시S3. 두 갤럭시에서는 야간모드 촬영 후 흔들리지 않은 사진 선정>

반면 아이폰5는 옵션을 조정하고 팔을 고정시키고 숨을 참고, 할 필요 없이 원하는 곳에 초점만 맞추면 주야를 가리지 않고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어준다. 사용자가 옵션을 만져야 할 부분이라곤 플래시와 HDR, 파노라마 기능을 켜고 끌 때 뿐이다. 복잡한 설정을 바꾸면서 촬영을 할 바에는 가방에서 DSLR을 꺼내는 게 낫다. 아이폰5는 순간순간 스냅샷을 찍기에 가장 좋은 스마트폰 중의 하나다.

그 밖에 카메라와 관련해 파노라마 기능과 동영상 촬영 중 스틸 사진 저장 기능이 추가됐다. 720p로 페이스타임을 할 수 있는 전면 카메라도 준수하다. 페이스타임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와이파이 뿐만 아니라 통신사망에서도 페이스타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아이폰5의 카메라 렌즈를 보호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한 네티즌의 표현을 빌리자면, 애플이 돈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스마트폰은 주머니 혹은 가방에 상시로 휴대하는 제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의 사진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면 커버 글래스가 심하게 더러워졌거나 긁힘이 생기지 않았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커버 글래스에 긁힘이 생겼다면 더 이상 800만 화소냐 1200만 화소냐 하는 숫자 놀음은 중요치 않게 된다.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아이폰5 카메라의 품질을 오랫동안 보장해 줄 것이다.

논란이 된 아이폰5 카메라의 보라색 플레어 현상은 테스트 결과 종종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논란 직후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보도했듯이, 강한 광원을 비췄을 때 보라색 플레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다른 스마트폰이나 소형 카메라에서도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비교 사진을 보면 동일한 환경에서 아이폰5의 플레어 현상이 다른 제품에 비해 조금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플레어 현상의 원인으로 사파이어 글래스가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특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태양이나 강한 조명을 직접 화면에 담을 때를 제외하면, 아이폰5는 대부분의 환경에서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에 최고 수준의 사진 품질을 보장한다. 카메라 기능에서 아이폰5와 견줄 수 있는 스마트폰은 휴대폰인지 카메라인지 헛갈릴 정도로 카메라에 힘을 준 노키아 920이나 최근 출시된 옵티머스G 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에 풍부한 서드파티 카메라 앱의 활용성과 촬영의 편리함까지 감안한다면,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폰5 카메라가 최선의 선택이다.

지금껏 많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음질 면에서 아이폰 시리즈는 스마트폰 중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폰5에서는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번들 이어폰 ‘이어팟(EarPods)’이 기본으로 제공되면서 음질 부분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음원의 품질과 기기의 출력, 리시버의 성능, 이 세 가지가 음질을 좌우하는 삼박자로 꼽히는데 아이폰은 음원을 제외하고 제조사가 제공할 수 있는 두 가지 품질 면에서 다른 스마트폰을 훌쩍 앞지른다. 아이튠즈 음악 서비스까지 활용할 수 있는 해외에서는 유일하게 제조사가 직접 삼박자를 고루 챙기는 제품으로 꼽을 수 있다.

애플 이어팟의 품질은 최근 이슈가 된 옵티머스G의 번들 이어폰(일명 G어폰)을 앞지른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다. 고음의 분리도를 선호하는 취향을 가진 일부 매니아층은 G어폰이 더 취향에 맞을 수 있겠지만, 이어팟은 충분히 좋은 음질을 보장하면서도 다수의 취향을 적절하게 맞출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 애플 이어버드와는 비교 불가다. 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새롭게 번들 이어폰을 업그레이드하고 따로 홍보 영상을 만들 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애플이 음질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진작부터 애플 휴대기기는 음질 면에서 무조건 믿고 산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일부 다른 스마트폰들이 그럴듯한 음장 효과를 탑재하거나 음향기기 전문회사와 제휴해 브랜드 이어폰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아직 애플 만큼 음질에 공을 들이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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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이폰5가 모든 부문에서 기능 향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iOS 6.0.1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해결되긴 했지만, 와이파이 접속 문제가 제기되는 등 iOS 6 초기에 다양한 버그가 있었다. NFC는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사실 큰 단점은 아니다. NFC는 아직까지 교통카드 대용이거나 일부 눈요기 수준의 기능만 제공하는 수준이다. 어차피 국내 제품이 아닐 경우 NFC를 탑재하더라도 국내 NFC 환경과 호환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신 iOS 6에 추가된 패스북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서비스임에는 분명하지만, 국내 소비자로서는 아직 큰 효용을 느끼기 어렵다.

이미 많이 논란이 됐듯 진짜 큰 문제는 애플 지도에 있다. 지리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국내의 경우는 더 심하다. 심지어 지하철 역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장점으로 내세우는 3D 지도는 먼 나라 얘기다. 애플 지도에 포함된 턴바이턴 내비게이션은 전문 내비게이션기기보다 더 마음에 들 정도로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하지만, 지리 정보가 빈약하니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꼽을 만한 장점은 지도를 벡터 기반으로 제작했다는 점 정도다. 덕분에 사이즈를 늘이거나 줄일 때마다 지리 정보를 일일이 새로 전송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애플 지도 문제가 과연 아이폰5 구입을 망설여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인가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iOS 6 출시 전부터 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구글 지도 대신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 등 국내 지도 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네이버 지도와 다음 지도는 구글 지도가 사라진 틈을 타 이미 아이폰5 지원 준비를 마치고 스탠바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용할 때 아쉬운 점은 기본 지도앱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과 서드파티 앱에서 애플의 지도 API를 이용할 경우 지리 정보가 빈약한 애플 맵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점 정도다. 현재 위치를 확인하거나 길을 찾거나 교통 정보를 볼 때에는 국내 지도 앱을 이용하면 된다. 또한 국내 지도의 경우 애플이 SK M&C와 접촉을 했다고 하니 조만간 애플 지도에서 구글 지도와 동일한 화면을 보게 될 공산이 크다.

사실 애플 지도 문제는 그간 제품에 대해 꼼꼼하기로 정평이 났던 애플의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구글 지도를 주로 이용하는 해외 사용자들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불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애플 사용자의 한 명으로서 애플 지도와 관련해 진짜 아쉬운 부분은 애플 지도의 품질보다는, 지도 관련 논란으로(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iOS 개발을 이끌었던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애플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이다.

에코시스템 Ecosystem

애플의 앱 생태계에 대해서는 굳이 더 할 말이 없다. 경쟁자들이 많이 쫓아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애플 앱스토어는 규모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나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몇 가지 꼽아보자면, 우선 아직 아이폰5의 4인치 화면을 지원하는 앱이 그렇지 않은 앱보다 더 많다. 국내에서도 아이폰5를 출시한 이후에도 다수의 앱이 4인치를 지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부분은 서드파티의 대응에 달린 것으로 전적으로 애플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용자로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iOS 6에서 개편된 앱스토어의 속도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된 일인지 iOS 5 때보다 더 무겁고 느려졌다. 아이폰5에서도 버벅거릴 정도다. UI가 새롭게 달라지긴 했는데 느려진 속도를 감수할 정도로 개선됐는지는 모르겠다. 이쯤 되면 윈도우용 아이튠즈를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만 하다.

국내에서 애플의 음원과 영화, TV 시리즈,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 스토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도 해외 이용자들과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경쟁자인 구글의 경우 올 들어 국내에서도 구글 플레이에 전자책과 영화 코너를 추가하면서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유통은 애플이 원조 격이지만 국내에서는 구글이 더 발 빠르게 움직이는 셈이다.

유통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공식 애플 스토어가 국내에 하나도 없다는 것도 감점 요인이다. 2013년에는 아이튠즈 스토어나 애플 스토어 관련해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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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Overall

지금까지 아이폰5에 대해 정말 구석구석 살펴봤다. 새 아이폰은 더 얇고 빠르고 가벼워졌다. 그리고 약간 더 큰 스크린과 LTE도 장착했다. 하드웨어적으로 봤을 때 아이폰5는 분명 아이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제품임에 틀림이 없다. 반면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애플 지도를 포함해 다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아이폰5를 포함해 애플의 최신 제품을 놓고 애플의 혁신이 옛날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 시절과 팀 쿡 체제의 애플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아이폰5를 놓고 애플의 혁신이 멈췄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아이폰5가 예전처럼 ‘넘사벽’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애플의 혁신이 멈춘 탓인지 스마트폰의 성능과 기능이 어느 정도 한계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인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하드웨어 부분만 놓고 봤을 때에는 삼성전자 등 일부 경쟁자들이 아이폰을 추월할 정도로 빠르게 추격해 왔다. 어떤 제품은 아이폰5보다 더 빠른 CPU를 장착했고, 어떤 제품은 아이폰5보다 더 사양이 뛰어난 카메라를 달고 나왔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에는 위젯을 포함해 iOS에는 없는 기능들이 분명 있다. 구글 지도도 있다.

또한 아이폰5와 iOS 6에서 과거 애플이 아이튠즈나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통해 보여줬던 수준의 충격적인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 점에 실망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서비스와 앱 생태계를 모두 포함해서 봤을 때에는 선뜻 아이폰5보다 우위에 있는 제품을 꼽기 어렵다. 과연 이 차이가 과연 휴대폰 교체 비용을 감수해야 할 정도인가 하는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이 긴 리뷰를 읽고도 아직 아이폰5를 기다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 해외 리뷰어가 썼던 이 문구을 인용하고 싶다. “직접 손에 쥐어보기 전에는 아이폰5를 본 게 아니다.” 그만큼 아이폰5의 손맛은 기대 이상이다. 구매에 확신이 없다면 예약판매 때 덜컥 지르기보단 가까운 리셀러 매장을 방문해 직접 만져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