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모바일 대선 결과 논평

이 글은 2012년 국내 휴대폰 시장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특정 정당 및 후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12년 대한민국 모바일 대권 경쟁에서 삼성당에서 출마한 갤럭시 S3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갤럭시 S3 후보는 뛰어난 스펙과 한층 세련된 외모를 바탕으로 국내 유권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국내 득표수 350만 표를 넘기며 선거 기간 내내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고, 해외 유권자 층에서도 3천만 표 이상의 득표수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특히 삼성당은 선거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분기에 국내 지지율 70%를 돌파(가트너 발표)했는데, 이는 과반 달성은 물론 2010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사상 최대 지지율을 갱신한 것이다.

외국계 정당인 애플당은 선거 막바지에 아이폰5 후보로 배턴 터치하면서 큰 돌풍을 일으켰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이폰5 후보는 지지자 가운데 2, 30대 비율이 81%에 달할 정도(12.16 KT 발표)로 젋은층의 지지율이 높았지만, 5, 60대 뿐만 아니라 고른 세대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갤럭시 S3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석연치 못한 이유로 애플당의 배턴 터치 과정이 지연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토종 정당인 LG당에서도 옵티머스 LTE2, 옵티머스 G, 옵티머스 뷰2 등을, 팬택당은 베가 R3, 베가 S5 등 다양한 후보를 내세워 추격을 시도했지만 삼성당의 2인자인 갤럭시 노트2 후보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애플당 등 외국계 정당과 LG, 팬택 등 국내파 야당을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2010년 이후로 인터넷 및 애플리케이션 지원과 상생 생태계 구축이 새로운 시대 정신으로 부상하면서 모바일 정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왔지만, 삼성당은 국제 세력 구글과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애플당이 앞서 제시한 정책 들을 빠르게 벤치마킹하면서 사실상 정책 구분이 불가능한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와 달리 같은 토종 정당인 LG당과 팬택당의 경우 후보 경쟁력 자체는 크게 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캠페인에서 미흡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며 한계를 보였다. 애플당은 후보 경쟁력과 선거 캠페인 능력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줬지만, 외국계라는 한계로 인해 안보 논란 및 종미 꼬리표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갤럭시 S3 후보의 자체 경쟁력 뿐만 아니라 물량 공세와 결합된 삼성당의 선거 캠페인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삼성당은 지난 옴니아 정권 당시에도 애플당을 위시한 여러 외국계 정당에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자, ‘대항마’ 프레임 및 애국심 마케팅으로 큰 효과를 거두며 뛰어난 선거 캠페인 및 위기 관리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캠페인 전략을 내세워 호평을 받았으며, 해외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급증하는 상황을 국내 유권자들에게 열심히 홍보하면서 해외에서의 인기를 국내 인기로 다시 연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로서 갤럭시 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 세력 구글은 대한민국에서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반면, 윈도우8과 윈도우폰8을 선보이며 과거 영광의 재현을 노리는 또 다른 국제 세력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정당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치욕을 맛봤다.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애플당은 올 한해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구글-삼성을 주축으로 한 연합 세력에 밀리며 국내 및 글로벌 대권 경쟁에서도 2~3순위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이번 모바일 대선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과거 옴니아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정권이 큰 무리 없이 정권 ‘교대’를 달성해냈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으로 지지율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번 선거를 전후로 해외파 정당들이 잇달아 국내 모바일 정계에서 은퇴를 선언하거나 조직 규모를 축소하고 있고, 국내파 군소 정당들도 계속 힘을 펴지 못하고 있으며 급기야 문을 닫는 정당도 발생하고 있다. 일당 주도의 정계 구도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당 주도의 정계 구도는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성능 및 가격 경쟁을 통한 공정한 시장 구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모바일 정계에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 굴지 정당인 삼성당의 안정적인 집권이 국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창간기념 끝장리뷰] 애플 아이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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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당시 디퍼스 창간 준비를 시작하며 취재는 손 놓고 있었지만, 아이폰5 발표 행사는 밤새워 지켜봤다. 새 아이폰은 더 빠른 성능과 더 커진 화면, LTE로 무장하고도 더 작고 가벼워졌다. 아이폰만의 ‘매력’은 여전했지만, 반면 옛날처럼 “이건 무조건 사야해!”하는 ‘마력’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히 발표 전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각종 루머가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새벽잠을 깨울 만큼 참신한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발표 후 애플의 혁신 동력이 떨어졌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폰5 기기의 문제는 아니지만 iOS 6의 소소한 버그들과 차마 지도라 부르기 어려운(특히 국내에선 더더욱) 애플 지도 문제는 충분히 비판을 받을 만 했다. 개인적으로도 새롭게 디퍼스도 창간하면서 당분간 쫄쫄 굶을 텐데, 웬만하면 지금 쓰는 휴대폰들로 버텨보자고 생각했다. 안드로이드 많이 좋아졌다. 굳이 통신비를 늘려가면서까지 아이폰5로 바꿀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폰5가 미국에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국내 출시는 오리무중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담달폰’, 혹여 ‘내년폰’이 될 지도 모를 아이폰5를 마냥 기다려야 하나, 다른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폰5가 예정대로 출시됐더라면 디퍼스닷넷 창간 일정을 훌쩍 앞섰을 텐데, 고맙게도(?) 출시가 지연되면서 창간 기념 리뷰로 아이폰5를 다뤄보자고 결정했다.

이미 국내외에서 아이폰5 리뷰는 여럿 나왔다. 이 리뷰에서는 ‘과연 아이폰5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개인적인 고민을 심중에 깔고, 아이폰5를 최대한 조목조목 살펴보고자 했다.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독자들께 좋은 안내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연 독자들은 이 리뷰를 끝까지 읽은 후에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아이폰5를 기다릴까, 기대를 접을까. 궁금해진다.

그럼 어디 한 번 아이폰5를 조목조목 살펴보자.

디자인 Design

모두들 아시다시피 아이폰5에서 가장 큰 변화는 화면 크기가 4인치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이폰을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애플은, 좌우 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위아래 길이만 늘렸다.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것처럼, 딱 아이콘 배열이 한 줄 늘어난 크기라고 보면 된다. 세로 길이가 길어졌지만 손에 쥐었을 때 검지로 전원 버튼을 누르기에 큰 무리는 없는 수준이다.

애플의 설명처럼 아이폰5의 넓어진 화면에서 웹사이트를 조금 더 길게 보거나 메일 목록을 하나 더 보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가로방향으로 동영상을 볼 때에는 전작과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아이폰이 드디어 3:2 화면 비를 버리고 16:9 비율을 가지게 됐다. HD 영상이 화면에 꽉 차게 재생되기 때문에 아이폰4S와 동영상 재생 시 화면 크기 차이는 0.5인치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4:3 화면 비를 고수하면서도, 아이폰에서는 16:9 비율로 전환한 것이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평가한다. 큰 태블릿에서는 위아래 레터박스가 있더라도 충분한 크기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책과 문서를 풀사이즈로 읽을 수 있는 크기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반면 어차피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에서는 동영상 보는 맛을 최대한으로 살려주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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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위)와 아이폰4S(아래) 동영상 재생 크기 비교>

좌우 폭을 유지한 덕분에 아이폰의 장점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5에서도 동일한 픽셀 밀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기존 아이폰 앱들도 크기를 뻥튀기 시키지 않고 제 크기대로 보여준다. 물론 세로 길이가 남기 때문에 위아래는 레터박스로 검게 처리된다.

기존 앱과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화면을 크기를 늘리기에는 위아래만 0.5인치 정도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아이폰의 앱 생태계는 너무나 커져버렸고, 옛날처럼 애플이 해상도를 바꾼다고 앱스토어의 수많은 앱들이 일제히 크기를 변경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이폰5가 미국을 비롯해 1차 출시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레터박스 신세를 져야하는 앱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국내엔 아직 아이폰5가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4인치 화면을 지원하는 앱을 찾아보기 힘들다.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를 비롯해 몇 개 앱들이 4인치 화면을 지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이버앱과 다음앱도 아직 아이폰5에 맞춰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마도 iOS6에서 구글맵이 없어진 기회를 노리고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아이폰5를 처음 만져본 사람들이 가장 먼저 뱉는 말은 십중팔구 “어, 엄청 가볍네” 정도가 될 것이다. 아이폰4S와 비교해 무게가 20%나 줄어들었다. 실제로 손에 줬을 때 가벼운 느낌은 숫자로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두께도 18% 줄어들어 7.6mm에 불과하다. 아이폰4S를 만지다가 아이폰5를 손에 쥐면 실제 제품이 아니라 데목 목업을 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설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두께를 줄이기 위해 디스플레이 부분도 대폭 손을 봤다. 일반적으로 터치스크린은 픽셀층 위에 터치 전극층을 별도로 둬야 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 이상 두께를 줄이기 어려운데, 애플은 픽셀 자체가 이미지를 표시하면서 터치 감지까지 동시에 하는 인셀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디스플레이 부분만 놓고 봤을 때 30%나 두께가 얇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애플은 아이폰5를 더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공을 들였다. 마이크로SIM보다 작은 나노SIM이라는 규격을 만들어냈고, 2003년부터 줄곧 써왔던 30핀 커넥터도 갈아치웠다. 더 얇고 가벼워진 아이폰5가 주는 ‘손맛’은 둥근 뒷면을 가졌던 아이폰3GS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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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왼쪽)과 아이폰4S(오른쪽)의 두께 비교>

아이폰5의 뒷태를 얘기하지 않고 디자인 리뷰를 마무리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드디어 아이폰에 알루미늄 유니바디 디자인이 적용됐다. 다른 애플 제품과 통일성이 더욱 늘어난 셈이다. 안테나를 위해 뒷면 상하단은 인레이 방식으로 유리를 배치했는데, 상당히 고급스러운 투톤 디자인이 완성됐다. 특히 화이트 모델이 인기가 있었던 전작과 달리 아이폰5는 블랙 모델의 투톤 배치가 매력적이다. 또한 모서리 부분을 다이아몬드로 커팅했는데, 외관상 반짝 거릴 뿐만 아니라 손에 쥐는 느낌에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많은 해외 이용자들이 제기하고 있듯이 실제 이용하다 보면 아노다이징 처리된 모서리 부분이 살짝살짝 벗겨질 수 있다. 범퍼나 케이스를 씌우면 되겠지만 그러면 다이아몬드 커팅 같은 디자인적인 디테일은 포기해야 한다. ‘생폰’의 위험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그 밖에 소소한 변화를 꼽아보자면 아래쪽 내장 스피커 부분이 철망 재질에서 격자 구멍 형태로 바뀌었으며, 이어폰 단자 위치가 위에서 아래로 이동했다. 계속 아이폰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처음에 다소 혼동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을 쥐고 있다가 주머니에 넣는 동선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변화다.

아이폰5의 디자인은 전격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면의 화면 크기부터 더 얇아진 옆면, 아노다이징으로 새롭게 갈아입은 뒤태까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더 얇고 가벼워졌을 뿐만 아니라 그립갑도 향상됐으니, 아이폰4에서부터 이어져 온 둥근 사각형 디자인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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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및 성능 Specification & Performance

아이폰5의 두뇌를 책임지는 것은 듀얼코어 A6 프로세서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듀얼코어 1GHz로 동작하며 램(RAM)은 1GB로 밝혀졌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S3가 쿼드코어 1.4GHz에 2GB 램을 갖춘 것을 생각하면 숫자 면에서는 현저히 부족해 보이는 사양이다.

그러나 실제 성능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의 결과에 따르면 듀얼코어 아이폰5는 각종 쿼드코어 안드로이드폰에 필적하거나 간혹 앞지르는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웹 서핑 속도를 좌우하는 자바스크립트 처리 및 웹 브라우징 성능 테스트에서는 다른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웹 브라우징 부분은 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모바일 사파리의 성능도 한 몫을 했겠지만, 실사용에서 속도감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지표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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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 성능의 비밀은 애플의 칩 디자인에 있다. 애플은 A6 칩에 ARM의 상용화된 아키텍처를 이용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커스텀 코어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코드명 스위프트(Swift)로 불리고 있는 이 아키텍처는 현존하는 ARM 상용 아키텍처보다 전력과 성능 면에서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GPU는 수년간 성능 면에서 수위를 지키고 있는 이매지네이션의 PowerVR SGX 543MP3를 채택하고 있다. 이매지네이션과 경쟁사의 격차는 예전처럼 크진 않지만 여전히 최고의 선택이다.

사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하드웨어 성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이폰5의 성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폰 전작과 비교하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위의 모든 설명이 복잡한 분들을 위해 쉽게 정리해드리자면 아이폰5가 아이폰4S에 비해 2배 빨라졌다는 애플의 설명에는 조금도 과장이 없다. CPU면 CPU, GPU면 GPU 대부분의 부문의 성능 평가에서 최소 1.8배에서 최대 3.2배까지 빨라진 것으로 나온다.

이미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2배의 성능 향상은 불과 0.x초 차이로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아무튼 전작과 비해 훨씬 쾌적해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적어도 아이폰5의 사양을 보고 “에게,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아직도 듀얼코어야?”하는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겠다. 여전히 배터리가 ‘안습’인 인텔 아톰 탑재 기기를 제외하곤 아직 성능 면에서 아이폰5를 앞지른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다. (물론 새로운 프로세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 쏟아질 내년 초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더욱 빠른 네트워크 속도를 자랑하는 LTE와 만나면 빨라진 프로세서 성능은 한층 빛을 발할 것이다.

LTE 지원은 화면 크기, 프로세서과 함께 아이폰5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아이폰 중에 처음으로 4세대 LTE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1년 전 애플이 아이폰4S를 출시할 당시에도 LTE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통신 기술이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갈 때 애플에 한 차례 위기가 올 수 있겠다고 예상해왔다. 전세계 통신사들이 각기 다른 일정으로 4세대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1년에 한 제품씩 출시하는 애플의 제품 주기로는 적절한 타이밍에 대처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 두 모델로 전세계 시장을 커버하기에는 전세계 LTE 주파수가 너무 중구난방이다.

애플은 성급히 LTE를 지원하는 대신 퀄컴의 새 모뎀칩이 서로 다른 LTE 주파수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폰5에 탑재된 퀄컴의 MDM9615 모뎀칩은 전세계적으로 40여개의 LTE 주파수를 커버할 수 있다. 단지 3개의 모델에서 RF 안테나 부분과 일부 설정 값만 달리하는 것으로 아이폰5는 LTE폰이 될 수 있었으며, 두께도 한층 얇아질 수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1년 전부터 안드로이드폰에서 LTE 서비스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아이폰5가 LTE를 지원하는 것이 큰 변화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1년에 한 제품 사이클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성공적으로 4세대 통신망에 대응할 수 있었으며, 이는 애플 내부적으로는 큰 혁신으로 평가할 수 있다. 1년 전 출시된 아이폰4S는 LTE를 지원하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판매량이 줄지는 않았다. 아이폰5는 단지 3개의 모델로 대부분 국가에서 LTE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올 초 출시됐던 3세대 아이패드가 북미 지역에서만 LTE를 지원했던 것이나, 최근 출시된 구글 넥서스4가 LTE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LTE와 관련해 한 가지 남은 포인트는 국내 통신사들의 LTE 서비스와 얼마나 궁합이 잘 맞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아쉽게도 아이폰5를 리뷰하면서 국내 LTE 망에 물려 테스트해 볼 기회는 없었다. SK텔레콤의 메인 LTE 주파수인 850MHz 대역이 전세계적으로 드문 주파수이긴 하지만, 국내 출시가 다소 지연되며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정식 출시 때는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큰 문제 없이 출시된다면 LTE는 소비자들이 아이폰5에서 가장 큰 성능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아이폰5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국내 LTE망과 연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출시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LTE 품질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악재가 될 여지도 있다.

A6칩과 LTE 만큼 결정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카메라 성능도 상당히 향상됐다.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화소수는 800만 화소로 아이폰4S와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실제로 비교해보면 어렵지 않게 성능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셔터 속도가 40% 빨라져 원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게 됐으며, 연사 능력도 향상됐다. 새롭게 추가된 파노라마 기능은 기존에도 서드파티 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었지만, 기본 카메라앱에 포함되면서 접근성이 향상됐다. (카메라 기능에 대한 보다 자세한 리뷰는 아래 기능 편에서 이어진다)

작아진 라이트닝 커넥터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라이트닝 커넥터는 마이크로USB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애플은 이번에도 표준 단자를 이용하기를 거부했다. 게다가 규격도 USB 2.0에 머물러 전송 속도가 더 빨라진 것도 아니다. 앞뒤 방향을 가리지 않고 꽂을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용자로서는 딱히 장점을 찾기 어렵다. 애플이 기존의 30핀 커넥터를 포기하고 라이트닝 커넥터를 채택한 것은 순전히 아이폰5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커넥터가 달라진 점은 아이팟, 아이패드 등 기존에 다양한 애플 기기를 이용하고 있거나, 도킹 스탠드, 스피커 독 등 30핀과 호환되는 여러 액세서리를 보유한 소비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물론 애플이 기존 30핀 케이블과 라이트닝 포트를 연결할 수 있는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지만 엄지손톱 만한 녀석이 가격은 무려 4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비디오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 등 기능도 완벽하지 않다. 기존 애플 제품 구매자가 아이폰5를 추가로 구매할 경우에는 어댑터를 무료로 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제품 크기를 줄이는 것 외에는 큰 장점이 없는 라이트닝 커넥터와 달리 아이폰5의 인셀 디스플레이는 더 나은 디스플레이 성능을 뽐낸다. 픽셀 밀도는 아이폰5와 동일하지만 채도와 명암비가 향상됐다. 그렇지만 사실 아이폰4S의 디스플레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으며, 새 디스플레이는 크기를 제외하고는 체감하기에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실사용 시에는 채도나 명암비 향상보단 반사율이 낮아진 점이 반갑다.

과거 아이폰4에서 큰 이슈가 됐던 통화 품질 문제는 아이폰5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리뷰들을 살펴보면 콜 드롭 현상 등 과거에 제기됐던 통화 품질 관련 지적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폰5부터는 외부 마이크가 3개로 늘어나는 등 더욱 향상된 노이즈 감소 기능도 적용됐다. 국내 통신사들이 지원하지 않았던 와이드밴드 오디오 기술도 조만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SK텔레콤과 KT가 내년 초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잇달아 밝혔는데 통화 음질 향상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아이폰5의 배터리다. 다양한 목적으로 연속 이용을 했을 때 상황에 따라 8~12시간 정도 유지된다. 아이폰5가 더 얇고 가벼워졌다는 점과 LTE가 추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성능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다. 아이폰4S와 비교해 배터리 지속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사용기도 많다. 신제품의 경우 하루 종일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배터리 교환은 되지 않으니 헤비 유저의 경우에는 휴대용 충전기를 하나 챙기고 다니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이다.

기능 Features

우선 아이폰5의 카메라 기능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아이폰5에 탑재된 새 아이사이트(iSight) 카메라는 화소수는 전작과 동일하지만 저조도 촬영과 노이즈 감소 기능이 향상됐다. 보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저조명 환경에서 실제로 촬영을 해보면 생각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아이폰4S와 갤럭시S3, 갤럭시 노트2 등 다른 최신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를 해보면 아이폰5 카메라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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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이폰5 갤럭시노트2 갤럭시S3의 야간 촬영 사진. 모두 플래시를 끈 채 초점만 맞추고 촬영>

물론 비교 대상이 된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2의 카메라도 매우 뛰어난 편이다. 이들 카메라에서도 설정에서 야간 촬영 모드를 켜면 저조도 촬영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 그러나 야간 모드를 켜면 셔터 스피드가 크게 느려지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연신 셔터를 눌러대야 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최신 갤럭시 시리즈에서 만족할 만한 야간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삼각대가 필요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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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이폰5 갤럭시노트2 갤럭시S3. 두 갤럭시에서는 야간모드 촬영 후 흔들리지 않은 사진 선정>

반면 아이폰5는 옵션을 조정하고 팔을 고정시키고 숨을 참고, 할 필요 없이 원하는 곳에 초점만 맞추면 주야를 가리지 않고 만족할 만한 사진을 찍어준다. 사용자가 옵션을 만져야 할 부분이라곤 플래시와 HDR, 파노라마 기능을 켜고 끌 때 뿐이다. 복잡한 설정을 바꾸면서 촬영을 할 바에는 가방에서 DSLR을 꺼내는 게 낫다. 아이폰5는 순간순간 스냅샷을 찍기에 가장 좋은 스마트폰 중의 하나다.

그 밖에 카메라와 관련해 파노라마 기능과 동영상 촬영 중 스틸 사진 저장 기능이 추가됐다. 720p로 페이스타임을 할 수 있는 전면 카메라도 준수하다. 페이스타임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와이파이 뿐만 아니라 통신사망에서도 페이스타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아이폰5의 카메라 렌즈를 보호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한 네티즌의 표현을 빌리자면, 애플이 돈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스마트폰은 주머니 혹은 가방에 상시로 휴대하는 제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의 사진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면 커버 글래스가 심하게 더러워졌거나 긁힘이 생기지 않았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커버 글래스에 긁힘이 생겼다면 더 이상 800만 화소냐 1200만 화소냐 하는 숫자 놀음은 중요치 않게 된다.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아이폰5 카메라의 품질을 오랫동안 보장해 줄 것이다.

논란이 된 아이폰5 카메라의 보라색 플레어 현상은 테스트 결과 종종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논란 직후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보도했듯이, 강한 광원을 비췄을 때 보라색 플레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다른 스마트폰이나 소형 카메라에서도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비교 사진을 보면 동일한 환경에서 아이폰5의 플레어 현상이 다른 제품에 비해 조금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플레어 현상의 원인으로 사파이어 글래스가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특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태양이나 강한 조명을 직접 화면에 담을 때를 제외하면, 아이폰5는 대부분의 환경에서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에 최고 수준의 사진 품질을 보장한다. 카메라 기능에서 아이폰5와 견줄 수 있는 스마트폰은 휴대폰인지 카메라인지 헛갈릴 정도로 카메라에 힘을 준 노키아 920이나 최근 출시된 옵티머스G 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에 풍부한 서드파티 카메라 앱의 활용성과 촬영의 편리함까지 감안한다면,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폰5 카메라가 최선의 선택이다.

지금껏 많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음질 면에서 아이폰 시리즈는 스마트폰 중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이폰5에서는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번들 이어폰 ‘이어팟(EarPods)’이 기본으로 제공되면서 음질 부분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음원의 품질과 기기의 출력, 리시버의 성능, 이 세 가지가 음질을 좌우하는 삼박자로 꼽히는데 아이폰은 음원을 제외하고 제조사가 제공할 수 있는 두 가지 품질 면에서 다른 스마트폰을 훌쩍 앞지른다. 아이튠즈 음악 서비스까지 활용할 수 있는 해외에서는 유일하게 제조사가 직접 삼박자를 고루 챙기는 제품으로 꼽을 수 있다.

애플 이어팟의 품질은 최근 이슈가 된 옵티머스G의 번들 이어폰(일명 G어폰)을 앞지른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다. 고음의 분리도를 선호하는 취향을 가진 일부 매니아층은 G어폰이 더 취향에 맞을 수 있겠지만, 이어팟은 충분히 좋은 음질을 보장하면서도 다수의 취향을 적절하게 맞출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 애플 이어버드와는 비교 불가다. 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새롭게 번들 이어폰을 업그레이드하고 따로 홍보 영상을 만들 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애플이 음질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진작부터 애플 휴대기기는 음질 면에서 무조건 믿고 산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일부 다른 스마트폰들이 그럴듯한 음장 효과를 탑재하거나 음향기기 전문회사와 제휴해 브랜드 이어폰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아직 애플 만큼 음질에 공을 들이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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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이폰5가 모든 부문에서 기능 향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iOS 6.0.1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해결되긴 했지만, 와이파이 접속 문제가 제기되는 등 iOS 6 초기에 다양한 버그가 있었다. NFC는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사실 큰 단점은 아니다. NFC는 아직까지 교통카드 대용이거나 일부 눈요기 수준의 기능만 제공하는 수준이다. 어차피 국내 제품이 아닐 경우 NFC를 탑재하더라도 국내 NFC 환경과 호환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신 iOS 6에 추가된 패스북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서비스임에는 분명하지만, 국내 소비자로서는 아직 큰 효용을 느끼기 어렵다.

이미 많이 논란이 됐듯 진짜 큰 문제는 애플 지도에 있다. 지리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국내의 경우는 더 심하다. 심지어 지하철 역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장점으로 내세우는 3D 지도는 먼 나라 얘기다. 애플 지도에 포함된 턴바이턴 내비게이션은 전문 내비게이션기기보다 더 마음에 들 정도로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하지만, 지리 정보가 빈약하니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꼽을 만한 장점은 지도를 벡터 기반으로 제작했다는 점 정도다. 덕분에 사이즈를 늘이거나 줄일 때마다 지리 정보를 일일이 새로 전송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애플 지도 문제가 과연 아이폰5 구입을 망설여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인가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iOS 6 출시 전부터 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구글 지도 대신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 등 국내 지도 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네이버 지도와 다음 지도는 구글 지도가 사라진 틈을 타 이미 아이폰5 지원 준비를 마치고 스탠바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용할 때 아쉬운 점은 기본 지도앱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과 서드파티 앱에서 애플의 지도 API를 이용할 경우 지리 정보가 빈약한 애플 맵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점 정도다. 현재 위치를 확인하거나 길을 찾거나 교통 정보를 볼 때에는 국내 지도 앱을 이용하면 된다. 또한 국내 지도의 경우 애플이 SK M&C와 접촉을 했다고 하니 조만간 애플 지도에서 구글 지도와 동일한 화면을 보게 될 공산이 크다.

사실 애플 지도 문제는 그간 제품에 대해 꼼꼼하기로 정평이 났던 애플의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구글 지도를 주로 이용하는 해외 사용자들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불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애플 사용자의 한 명으로서 애플 지도와 관련해 진짜 아쉬운 부분은 애플 지도의 품질보다는, 지도 관련 논란으로(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iOS 개발을 이끌었던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애플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이다.

에코시스템 Ecosystem

애플의 앱 생태계에 대해서는 굳이 더 할 말이 없다. 경쟁자들이 많이 쫓아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애플 앱스토어는 규모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나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몇 가지 꼽아보자면, 우선 아직 아이폰5의 4인치 화면을 지원하는 앱이 그렇지 않은 앱보다 더 많다. 국내에서도 아이폰5를 출시한 이후에도 다수의 앱이 4인치를 지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부분은 서드파티의 대응에 달린 것으로 전적으로 애플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용자로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iOS 6에서 개편된 앱스토어의 속도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된 일인지 iOS 5 때보다 더 무겁고 느려졌다. 아이폰5에서도 버벅거릴 정도다. UI가 새롭게 달라지긴 했는데 느려진 속도를 감수할 정도로 개선됐는지는 모르겠다. 이쯤 되면 윈도우용 아이튠즈를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만 하다.

국내에서 애플의 음원과 영화, TV 시리즈,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 스토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도 해외 이용자들과 비해서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경쟁자인 구글의 경우 올 들어 국내에서도 구글 플레이에 전자책과 영화 코너를 추가하면서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유통은 애플이 원조 격이지만 국내에서는 구글이 더 발 빠르게 움직이는 셈이다.

유통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공식 애플 스토어가 국내에 하나도 없다는 것도 감점 요인이다. 2013년에는 아이튠즈 스토어나 애플 스토어 관련해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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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Overall

지금까지 아이폰5에 대해 정말 구석구석 살펴봤다. 새 아이폰은 더 얇고 빠르고 가벼워졌다. 그리고 약간 더 큰 스크린과 LTE도 장착했다. 하드웨어적으로 봤을 때 아이폰5는 분명 아이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제품임에 틀림이 없다. 반면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애플 지도를 포함해 다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아이폰5를 포함해 애플의 최신 제품을 놓고 애플의 혁신이 옛날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 시절과 팀 쿡 체제의 애플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아이폰5를 놓고 애플의 혁신이 멈췄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아이폰5가 예전처럼 ‘넘사벽’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애플의 혁신이 멈춘 탓인지 스마트폰의 성능과 기능이 어느 정도 한계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인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하드웨어 부분만 놓고 봤을 때에는 삼성전자 등 일부 경쟁자들이 아이폰을 추월할 정도로 빠르게 추격해 왔다. 어떤 제품은 아이폰5보다 더 빠른 CPU를 장착했고, 어떤 제품은 아이폰5보다 더 사양이 뛰어난 카메라를 달고 나왔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에는 위젯을 포함해 iOS에는 없는 기능들이 분명 있다. 구글 지도도 있다.

또한 아이폰5와 iOS 6에서 과거 애플이 아이튠즈나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통해 보여줬던 수준의 충격적인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 점에 실망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서비스와 앱 생태계를 모두 포함해서 봤을 때에는 선뜻 아이폰5보다 우위에 있는 제품을 꼽기 어렵다. 과연 이 차이가 과연 휴대폰 교체 비용을 감수해야 할 정도인가 하는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이 긴 리뷰를 읽고도 아직 아이폰5를 기다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 해외 리뷰어가 썼던 이 문구을 인용하고 싶다. “직접 손에 쥐어보기 전에는 아이폰5를 본 게 아니다.” 그만큼 아이폰5의 손맛은 기대 이상이다. 구매에 확신이 없다면 예약판매 때 덜컥 지르기보단 가까운 리셀러 매장을 방문해 직접 만져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