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글로벌 경쟁력은 글로벌 개발 팀에서

2013년 가을에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런던을 방문해서 영국 정부의 테크 시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영국은 자체 개발 인력의 부족을 채우기 위해 유럽의 다른 나라의 인재를 적극 받아들이기 위해 비자 제도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주목하는 지역은 프랑스나 독일이 아니라 발틱 국가들인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의 엔지니어들이라고 했다.

발트 3국인 이 나라들의 소프트웨어 개발력은 이미 서구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무소를 오픈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스카이프 등의 매각 성공으로 자국 내 창업가가 투자자로 나서고, 새로운 창업 열기가 몇 년 전부터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역 스타트업의 특징은 자국 시장에 제약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고, 세 나라 출신의 창업자가 미국이나 유럽 여러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 자국의 엔지니어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의 개발도 유사한 면이 있다. 이민자 출신이나 그 자식이 창업을 하면 원래 자라던 국가에 남아 있는 다른 유태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개발은 동유럽이나 구 소련 지역에 있는 엔지니어를 활용하고 비즈니스는 이스라엘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내가 즐겨 쓰는 사진 앱인 카메라를 만드는 ‘탭 탭 탭’이라는 회사는 모든 개발자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조직이고, 회사에 어떤 본부 개념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들은 디자인, 코딩,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협업 도구를 사용해 몇 개의 제품 개발을 이끌어간다.

플리커 창업자인 버터필드가 만든 슬랙이라는 협업 도구가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최근 투자에서 30억 불의 가치 평가를 받는 점은 바로 세상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다.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뛰어난 인재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개발 체계가 이제 테크 기업 경쟁력의 큰 요소이다.

최근 국내의 스타트업 창업가의 면모를 보면 과거보다 해외 거주 경력이나 학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외국 엔지니어와 공동 창업을 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는 팀도 보인다.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출발하며, 다양성은 여러 문화를 경험한 코즈모폴리턴 스타일의 인재에서 보다 더 큰 가치를 보인다. 그들이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갖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스타트업 지원이나 소프트웨어 정책은 대부분 국내 기업, 국내 팀 중심으로 모아지고 있다. 외국의 투자자는 오히려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는데, 우리는 아직도 순혈주의가 강하며, 모든 정책은 한국 사람만이 누려야 한다는 자발적 장벽을 구축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지원 정책은 이제 어떻게 하면 한국의 창업자가 해외의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자가 될게 할 것인가에 그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의 현재를 봤을 때 국내 인력 중심의 운영 한계는 이미 우리가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계 이민자나 후손이 있는 중앙아시아, 우리가 좀 더 주도권을 갖고 이끌 수 있는 동남아시아, 한국에 흥미를 갖는 여러 다양한 나라의 개발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이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팀이 얼마나 만들어지는가가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글로벌 개발 체계는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에게만 기대할 수가 없다. 좀 더 발 빠르고 기민하게 개발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훨씬 더 이런 흐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도구와 일하는 스타일은 하나의 문화이고, 요즘 내가 보는 청년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장소를 볼 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무실에 있는 사람만이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언제 어디서든 커뮤니케이션하는 개발 조직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글로벌 팀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갖고 정책 방향을 검토하기를 바란다.

[SPRi 칼럼에 기고한 글. 월간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2015년 6월호 출처: http://spri.kr/post/7798]

스타트업 위한 아시아 테크허브 만들자

[2013년 11월 28일자 전자신문 ET칼럼에 기재된 글]

최근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 멘토 자격으로 런던과 실리콘밸리를 2주간 다녀왔다. 선발된 5개 스타트업과 함께 해외 투자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션 센터, 새로운 생태계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신선한 도전이고, 의미 있는 일정이었다.

런던과 실리콘밸리는 모두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훌륭한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실천방법에서는 차이가 많았다. 런던은 형성돼가는 생태계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테크시티 프로그램을 통해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어우러져 있지만, 실리콘밸리는 오랜 기간 민간 중심으로 형성된 환경에 의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런던은 자국 스타트업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는 인력들을 유입시켜 유럽의 디지털 허브를 꿈꾼다. 이스트 런던 지역은 기존의 디지털 미디어나 창조적 전통을 바탕으로 이미 1300여개의 회사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CBS가 인수한 라스트에프엠, 트위터가 인수한 트윗덱,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 세콰이어가 투자한 송킥, 야후가 인수한 섬리 등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주요 기업이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 지원하는 `캠퍼스런던`이라는 공동 작업 공간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캠퍼스런던에는 매일 저녁 다양한 모임과 워크숍이 열리고, 시드캠프라는 훌륭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에는 뛰어난 인재들, 훌륭한 투자자들,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들, 인큐베이터와 전문가 네트워크가 있고, 매일 미트업과 워크숍, 세미나가 열린다. 많은 나라에서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하고, 지원 센터 등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실리콘 밸리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다녀간 세계 IT 산업의 성지다.

필자가 이번에 얻은 학습은 첫째,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정부보다는 민간의 역할, 특히 선도 기업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은 민간 역량이 활성화 됐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처럼 민간의 지원 역량과 대기업 참여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정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나타내기 어렵다. 네이버나 삼성전자 같은 선도 기업이 우리나라 스타트업 활성화에 의미 있는 참여와 환경 제공을 할 필요가 여기 있다.

두번째는 시장이 함께 제공돼야한다는 점이다. 런던은 테크시티에 있는 많은 스타트업 곁에 금융이나 유통, 미디어 대기업이 있어 스타트업들에 기업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공공 시장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세번째, 스타트업도 이미 글로벌 경쟁에 돌입했다. 해외 투자자도 좋은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테크허브에 해당하는 도시에 속속 지사를 만들고, 액셀러레이터들도 글로벌 체계를 만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 중 핵심이 피칭(pitching) 능력이다. 30초, 5분 안에 자신의 사업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슬라이드 없이 말로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현하고, 좋은 인재를 찾는 데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인재 활용이다. 이제 더 이상 한국 창업자와 한국 엔지니어로만 구성된 팀이 아닌, 세계 각국 인재를 끌어들여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는 K팝이 보여주고 있는 다국적 인력 구성, 해외 작곡·작사가, 프로듀서의 참여를 통한 글로벌화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서울이 어떻게 아시아의 테크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가 노력함에 따라 아직 비어 있는 이 위치를 선점할 기회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