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7의 디자인은 얼마나 구린걸까

살다 보니 애플이 특유의 ‘똥고집’이 아닌 디자인으로 까이는 모습도 보게 되는군요.

저도 아이콘 그림 크기가 너무 커서 시각적으로 불편하다거나 몇몇 아이콘이 구려 보인다, 색감이 너무 화사해서 유아틱하고 부담스럽다, 버튼에 테두리를 빼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서드파티가 새로운 디자인 부담을 지게 했다 등등 제기되는 다양한 지적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저는 얼마든지 개선을 요구할 권리도 있지요.디자인은 취향을 타는 것이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구요. 안해주면 갈아타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국내외 네티즌과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 전하는 기사에는 한 줄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애플 디자인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까여도 까이는 것이라고요.

IT에 전혀 관심 없는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iOS 7인가 나왔다던데 디자인 엄청 구리다며?”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과연 iOS 7 디자인이 문외한에게도 욕을 먹을 정도인가… 전문가들도 나서서 지적을 하니 언론에서는 받아쓰기 참 좋겠지요. 그렇지만 객관적인 인용이 담보하지 못하는 온도 차가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 유저들의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무리한 비유인지는 몰라도 안드로이드 차기작이나 타이젠이 이번 iOS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나왔다면 저는, “납치한 외계인 중에 드디어 디자이너 출신을 찾아냈군!! 엄훠, 이건 사야해!!”를 외쳤을 겁니다. 윈도폰8은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니 열외로 하구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폰을 싫어해서 아이폰이 더 커지면 트위터에 쌍욕을 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기사를 쓴다면 “애플이 큰 화면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수용했다” 정도로 쓰는 게 맞다고 봅니다.

팩트를 골라내는 것보다 온도를 조절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ios 7

확 바뀐 iOS 7, iOS 버전별 홈스크린 디자인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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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WWDC 2013 키노트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새롭게 바뀐 iOS 7의 ‘룩앤필’이었습니다. iOS 7은 스큐어모피즘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iOS의 디자인 특징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플랫 디자인과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죠. 새 디자인에 환호하는 이용자들도 있는 반면,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을 사이에서는 … Continue reading

작년 WWDC에선 무슨 발표가 있었더라?

애플의 WWDC 2013 키노트가 불과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안다’까지는 좀 오바고, 작년에 발표한 내용을 되짚어 보고 올해 발표할 내용과 비교해보는 것도 관전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개인적으로 간단히 추려 본 작년 발표 내용을 공유합니다.

1. 마운틴 라이언 발표

- 알림센터와 게임센터 등 iOS 기능을 OS X에 추가
- 아이클라우드 적극 활용(문서 연동 등)
- 공유 버튼 확대
- 딕테이션, 리마인더 등 새로운 기능 추가
- 사파리 기능 추가(멀티 디바이스 동기화 등)
- 파워 냅 기능

2. iOS 6 발표

- 시리 지원 언어 확대(한국어 포함), 기능 추가(스포츠 정보, 옐프, 로튼 토마토 등)
- 시리 뉴 아이패드 지원 시작
- 자동차 업계와 시리 버튼 탑재 등 협업 발표(아이즈 프리)
- 애플 지도 발표(발표 당시엔 뜨거웠으나 실제 써보니??)
- 메일 앱 기능 추가
- 페이스북 통합(전년도에는 트위터 통합했음)
- 페이스타임 3G 가능
- 컬러감 변경(그레이 -> 푸른색 계열), 음악 플레이어 디자인 변경 등(올해는 스큐어모픽을 날린다는 소문이)
- 패스북 서비스
- 소소한 기능 추가(잠금 화면에서 응답 거부 및 답장, 시계 추가, 방해금지 등)

3. 맥북 리뉴얼

- 레티나 맥북 프로 발표 및 실제 제품 공개
- 맥북 에어 아이비 브릿지, USB 3.0 탑재 리뉴얼
- 맥북 프로 아이비 브릿지 탑재 리뉴얼
- 17인치 맥북 프로 참수

4. 기타

- 파이널 컷, 포토샵, 어퍼처 등 맥용 소프트웨어 레티나 디스플레이 지원
- 새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발표

간단히 정리해봤는데 빠진 내용 있으면 알려주세요.

따로 내일 발표될 내용은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제기된 루머와 예측은 이미 많은 기사와 포스트들이 있으니까요.

추천 포스트

광팔이님 블로그 – 월스트리트저널이 내놓은 애플 컨퍼런스 예상

월스트리트 저널 원문 – Apple Polishes Software for iPhones, iPads

맥루머스 – WWDC 2013 Rumor Roundup: iOS 7, OS X 10.9, iRadio, and New Macs

더 버지 – WWDC 2013 preview: Apple prepares to unveil the future of iOS, OS X, and more

좀 다른 의견  : 맥루머스 – 루머는 모두 틀렸다? iOS 7: ‘All the Leaks Are Wrong’

맥루머스가 인용한 존 그루버 블로그 WWDC 2013 Expectations

추가. 강추 포스트! Back To The Mac 지난 11년 간의 애플 WWDC 배너 모음과 행사 내용 정리

나인투파이브맥 - WWDC 2013 Roundup: iOS 7, OS X 10.9, MacBooks, ‘Genius-like’ Radio app (plus new tidbits)

 

wwdc 2013

덧. WWDC 키노트에 대한 관심이 잡스 시절보단 확실히 줄어든 게 사실인데, iOS 7, OS X 10.9, 음악 스트리밍(아이라디오?), 맥 라인업 업데이트 외에 깜짝쇼 있을까요? 저가 아이폰, 아이워치, 일체형 애플TV 중 하나만 터져도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 작년 발표 내용을 보면 과연 가능성은..?? 반대로 무르익지 않은 제품을 깜짝 공개할 경우 애플이 좀 급해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애플이 아이워치나 애플TV를 구글 글래스와 같은 방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이건 발표해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_-)

아이즈 프리! 스마트폰, 내 시선을 해방시켜줘

시리와 아이즈 프리

6월11일(현지시간) 개막한 WWDC 2012에서 애플은 새 iOS6를 공개하면서 음성인식 솔루션인 시리(Siri)의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어 지원이 곧 추가될 것이라는 소식이 반갑습니다. 발표 직후 공개된 iOS 6 베타1에는 이미 한국어판 시리가 추가돼 많은 개발자들과 얼리어답터들이 설치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어에서는 부족한 점도 많이 엿보이지만, 한국인 개발자와 얼리어답터들의 참여로 정식 출시 때까지 많은 학습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시리는 여러 면에서 다른 음성인식 솔루션과 비교해 한 단계 진일보한 솔루션입니다. 정해진 명령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울프람 알파나 옐프(Yelp), 오픈테이블, 로튼 토마토, IMDB 등 다양한 서비스와 제휴해 영화, 식당, 스포츠, 영화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음성만으로 쉽게 검색해주고 직접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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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12개월 이내에 시리에 한국어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OS6 베타에 한국어 시리가 포함돼 9월 iOS6 정식 출시 때 함께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시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입’과 ‘귀’와 ‘눈’이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다는 것입니다. 시리 이전에 있었던 대부분의 음성 관련 솔루션은 음성 명령과 음성 검색, 받아쓰기(Speech-to-Text), 읽어주기(Text-to-Speech) 등 여러 기능이 각자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형태였습니다. 음성 명령은 음성 명령 기능에서, 음성 검색은 검색 앱이나 위젯에서, 받아쓰기는 문자나 메일 앱에서 키보드를 불러내서, 읽어주기는 TTS 기능을 제공하는 별도의 앱을 실행시켜야 쓸 수 있었습니다.

시리는 이러한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이용자는 음성 명령 기능이나 문자메시지함, 메일함,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실행시킬 필요 없이 시리만 불러내면 됩니다. 시리는 이용자의 명령을 판단해 적절한 기능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말과 글, 표 등 적절한 형태로 보여줍니다. 애플이 시리를 음성인식이나 음성명령 솔루션이라고 부르지 않고 지능형 개인 비서(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리를 이용할 때에도 복잡한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화면을 직접 보는 것이 좋지만, 간단한 기능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고도 아이폰을 귀에 대거나, 이어폰이나 핸즈프리 헤드셋의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걸고 음악을 재생하는 등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페이스북, 트위터에 글을 올리거나, 새로운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하거나 스포츠 경기 결과를 확인하는 등 많은 작업을 아이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도 몇 마디 말로 대신할 수 있고 그 결과도 간단히 음성으로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음성관련 솔루션이 시리와 같은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S3부터 탑재되는 S보이스에서 시리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개발하고 있다는 구글 어시스턴트도 기존의 보이스 액션이나 음성 검색, 음성 받아쓰기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지능형 솔루션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면에서 스콧 포스톨 iOS 담당 수석부사장이 이번 기조연설에서 ‘아이즈 프리(Eyes Free)’라는 신조어를 들고 나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핸즈 프리가 전화통화에서 우리의 손을 해방시켜줬다면, 아이즈 프리를 통해 이동 중에 우리의 눈까지 해방시켜주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IT 업계에서는 N스크린 경쟁이 한창이죠.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스크린을 이용하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과연 우리가 24시간 내내 스크린을 끼고 살 수 있을까요? 스마트 기기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크린을 볼 수 없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N스크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한 켠에는 이미 시리를 필두로 한 ‘No-스크린’ 혹은 ‘아이즈 프리’ 경쟁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20611 apple eyes free스콧 포스톨 애플 수석부사장이 Eyes Free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애플 키노트 영상 캡쳐)

N-스크린이 대세? No-스크린도 있다!

길을 걷다보면, 걸어가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SNS 등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흔들리는 화면을 붙잡고 작은 터치스크린을 두드려 글을 입력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오타도 많이 납니다.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으로 지도라도 검색하려고 하면 차라리 발길을 멈추는 편이 속 편합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안전입니다. 시선을 작은 스크린에 빼앗기는 동안 우리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동 중에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길을 걷다가 전봇대와 조우하거나 골목길에서 자동차 클랙슨 소리를 들어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옆 사람이 움직이자 혼자 파란불인 줄 알고 걸어가는 경험을 했다면 벌써 중증입니다.

운전 중에는 더욱 위험합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 충청사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충청권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512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전방 주시태만으로 발생한 사고가 28%(146건)에 달했습니다. 졸음운전(20%)이나 과속(18.2%)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전방 주시태만이 모두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내비게이션에 탑재된 DMB와 더불어 최근 급속히 보급된 스마트폰이 차량 내부에서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주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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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폰7 광고 중. 그러나 메트로UI도 우리를 스크린에서 해방시켜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하반기 스마트폰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58.3%가 “차량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이 수치에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등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돼 있겠지만, 이용자들이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설령 이용자들이 가급적 운전 중이나 걷는 중에 스마트폰 이용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고 할 지라도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는 물론, 카카오톡 알림과 각종 푸시 알림 등 다양한 정보가 날아와 이용자의 주의를 분산시킬 것입니다. 핸즈 프리에 이어 아이즈 프리 혹은 No-스크린 기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 면에서 애플이 직접 자동차 회사와 제휴해 시리를 자동차에 통합하고 시리를 호출하는 버튼을 자동차에 내장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발 빠른 행보입니다. 무엇보다 벤츠와 BMW, GM, 토요타 등 9개에 달하는 자동차 브랜드를 동시에 끌어들였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IT 기업들이 한두 개 자동차 회사와 제휴해 차량용 텔레매틱스나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개발해왔지만, 애플은 시리를 통해 단번에 이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이용자를 붙잡아둬야 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나 서비스 제공자로서도 이동 시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 일과 중에 이동하는 시간을 모두 포함하면 우리가 하루 중에 이동하는데 소비하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2010년 국가정보전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근로자가 하루 출퇴근에 소비하는 시간이 평균 152분이나 된다고 합니다.

과거에 이 시간은 주로 라디오의 차지였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에 힘입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디오 팟캐스트 등이 이 시간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시리를 필두로 한 다양한 음성 솔루션이 등장함에 따라 앞으로는 더 많은 서비스가 이동 중에도 우리를 편리하게 찾아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120611 apple eyes free on the car

시리 연결 버튼을 기본 탑재한 자동차가 BMW 등 9개 사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구글 안경은 시리의 경쟁자?

지난 4월 구글이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인 ‘프로젝트 글래스’가 공개돼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뜬금 없이 구글 안경 얘기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동 중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라는 측면에서 구글 안경은 시리 등 음성 어시스턴트 서비스와 경쟁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플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 등 음성 솔루션이 No-스크린이라는 관점에서 이동 중인 이용자를 공략한다면, 구글 안경은 한층 휴대성이 뛰어난 새로운 스크린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공하겠다는 관점입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2013년에 구글 안경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단기적으로는 구글 안경처럼 새로운 스크린을 제공하는 기술보다는 시리와 같은 음성 어시스턴트 솔루션이 훨씬 확산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휴대폰은 모두가 휴대하는 기기이지만, 안경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안경을 벗으려고 목돈을 들여 라식 수술도 하는 마당에, 걸어가면서 지도를 보고 SNS를 이용하려고 소비자들이 다시 안경을 쓰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물론 저처럼 이미 안경을 쓰고 있고 이동 중에 정보에 대한 욕구가 큰 분들이라면 구글 안경은 환영할 만한 제품일 것입니다. 시각이 청각보다 훨씬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장기적으로는 기존 안경 시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음성 어시스턴트는 대중적인 기술로, 스마트 안경은 보완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해 봅니다.

google_project_glasses_1_500한 미국 TV 쇼에서 구글 안경이 소개되고 있다

아이즈 프리, 모바일 접근성 개선의 돌파구

시리 등 음성 어시스턴트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시각장애인용 접근성 향상 프로젝트는 항상 스크린을 염두에 두고 진행됐습니다. PC 모니터에서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했을 때 해당하는 아이콘이나 메뉴가 무엇인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방식입니다. iOS 보이스 오버나 안드로이드 토크백 기능이 대표적입니다.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기술이지만, 일일이 화면을 터치해가며 원하는 기능과 메뉴가 어디 있는지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반면 최근 등장한 시리와 같은 음성 어시스턴트 기술은 굳이 이용자가 스마트폰 화면을 꾹꾹 눌러 읽어달라고 할 필요가 없이 시리를 불러내 말만 하면 알아서 실행하고 대답을 찾아줍니다. 음성 어시스턴트 기술이 발전하면 더 이상 보이스 오버와 같은 별도의 시각장애인용 접근성 기능이 필요 없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흡수 통합된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사실 ‘아이즈 프리’라는 용어는 애플이 원조가 아닙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관련 기술에 대해 붙인 이름이죠. T. V. 라만 박사가 이끌고 있는 구글의 시각 장애인용 모바일 접근성 향상 프로젝트의 명칭도 ‘아이즈-프리’ 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최신 음성 어시스턴트 기능의 상당 부분은 사실 시각 장애인용 접근성 향상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이즈 프리 기술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모두 이롭게 하는 고마운 기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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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모바일 접근성 기능은 화면을 읽어주는 기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음성 솔루션의 한계와 미래

아직 아이즈 프리 분야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기술입니다. 한 발 앞서 있다는 시리만 해도 아직은 대답할 수 있는 질문보다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더 많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시리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인식 기능을 더욱 보강하고, 위치정보와 맛집, 극장, 스포츠 DB 등 다양한 로컬 정보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영어에서 미국말과 호주말 등 다양한 억양을 구분해 알아듣는 것처럼 다양한 억양과 사투리도 더 배워야겠죠.

그렇지만 우리가 걸어 다니고 지하철을 타고 운전을 하는 한 아이즈 프리 혹은 No-스크린 기술은 점점 더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 것이 분명합니다. 이동 중에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일수록 N스크린 못지 않게 No-스크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시리나 S보이스가 오픈 API로 공개되기 전까지는, 많은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도 빨리 애플 시리나 삼성 S보이스에 기본 탑재되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검색 서비스의 관점에서 시리를 보시는 분들은 벌써부터 시리가 기본 탑재된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를 차별하고 있다고 우려하시기도 하는데요, 일단은 빨리 아이즈 프리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가 무척 불편한 것이 현실이고, 특히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음성 어시스턴트가 보편화되면 그때 가서 검색 중립성 등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N스크린과 함께 No-스크린의 시대도 머지 않았습니다. 하루 빨리 시리의 한글 정식 버전이 출시되고, S보이스와 구글 어시스턴트 등 경쟁 기술과 함께 빠르게 발전해나가길 기대합니다.

아이즈 프리, 어서 빨리 내 시선을 작은 스크린에서 해방시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