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텍부터 모토로이까지… 모토로라의 추억

모토로라가 우리 곁을 떠난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12월10일 한국 법인인 모토로라 코리아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R&D 센터를 포함해 400여명에 달하는 직원 가운데 10%만이 본사 및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홈사업부와 아이덴 사업부(모토로라 솔루션즈 산하), A/S망은 유지되지만 규모가 적어 대부분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 됐다.

모토로라의 철수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HTC나 노키아 등 다른 외국계 휴대폰 업체와는 달리 모토로라가 국내 시장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지난 1967년 한국에 반도체사업부(2004년 프리스케일로 분사)의 지사를 설립하면서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지금이야 반도체 대한민국이지만, 당시만 해도 모토로라 공장이 국내 첫 반도체 공장이었다.

모토로라의 무선호출기(삐삐)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를 열었으며 젊은 세대의 소통 방식과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냈다.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기업이며, 국내 휴대폰 산업의 성장사에도 빠짐 없이 이름이 등장한다. 국내 최초 휴대폰 역시 모토로라의 제품이었다. 휴대폰이 보편화되기 이전인 90년대, 모토로라의 상표가 찍힌 속칭 ‘벽돌폰’과 카폰은 부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모토로라는 1997년 CDMA 제품 개발을 위해 한국에 R&D 센터를 설립했으며, 1998년에는 당시 유망 벤처기업이었던 팬택에 1천500만달러를 투자하고 ‘스타택’ 등 모토로라 상표가 붙은 휴대전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도록 했다. 당시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가 한국의 작은 기업과 손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으며 이는 팬택의 성장에 큰 디딤돌이 됐다.

이처럼 모토로라와 그 출신 인력은 한국 반도체 및 휴대전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과연 모토로라 없이 국내 반도체 및 휴대폰 산업이 이처럼 빠르게 세계 정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로는 애플, 삼성 등 경쟁 업체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지만, 모토로라는 여전히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2009년 미국 시장에 출시된 모토로라 ‘드로이드’는 2달 만에 1백만 대가 넘게 팔렸다. 안드로이드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제품이다. 2010년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이’도 모토로라의 제품이었다.

국내 라이벌 기업의 입장에서는 모토로라 코리아의 철수가 내심 반가울 수 있겠지만, 국내 소비자들이나 산업 전체로 봤을 때 모토로라의 철수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 모토로라 뿐만 아니라 HTC, 노키아 등 외국계 휴대폰 업체들이 잇달아 한국 시장을 떠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갤럭시와 아이폰으로 양분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한국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대에 뒤늦게 대처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았던 것이나, 최근 일본 휴대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갈라파고스화된 시장이 얼마나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제 몫을 다해왔던 모토로라의 철수가 더욱 아쉬운 이유다.

모토로라 코리아는 오는 2월까지 모든 철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모토로라 이름을 단 휴대폰도 국내 시장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모토로라 코리아에 문의한 결과 “먼 미래에는 다시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언제 다시 국내 시장서 모토로라 휴대폰을 만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과거 모토로라가 한국에 출시한 휴대폰 제품을 모아봤다. 아쉽게도 2004년 이전에 출시된 제품은 모든 자료를 구하지 못해 대표적인 제품만 추렸다. 제품 이름만 봐도 옛 추억에 잠길 독자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추억을 회상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국내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제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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