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액셀러레이터들 I – 테크스타즈 런던

Y-컴비네이터의 놀라운 성과 이후,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도시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나름의 방식을 내세우며 여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테크스타즈 런던은 영국에서 최초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스프링보드와 미국의 테크스타즈가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테크스타즈는 2006년 미국 콜로라도 볼더에서 데이비드 코헨이 시작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현재는 오스틴, 보스턴, 볼더, 시카고, 뉴욕, 시애틀, 그리고 런던에 사무실이 있다. 테크스타즈는 지금까지 234개의 회사를 육성했는데, 이 가운데 190개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22개가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스프링보드는 이러한 테크스타즈를 모델로 2009년에 영국에서 시작됐다. 출범 당시에는 런던 구글 캠퍼스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있는 아이디어스페이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지금까지 30여 개의 회사에 투자했으며 이들 가운데 70% 이상이 추가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2013년 2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현재의 테크스타즈 런던이 탄생했다. 테크스타즈가 런던에 온 것 역시 지난 회에 소개한 영국의 테크 시티 프로그램의 노력 덕분이었다(관련 테크크런치기사). 합병 후 테크스타즈 런던은 구글의 캠퍼스 런던에서 나와 독립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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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스타즈 런던은 웹과 모바일뿐만 아니라 사물 인터넷(IoT) 분야에 특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 클래스는 2014년 봄에 열리는데 12월 31일까지 지원을 받고 있다. 유럽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어디에서나 지원할 수 있으나 선발되면 3개월 동안은 런던으로 와야 한다.

투자는 85,000파운드까지 받을 수 있는데, 초기에 15,000파운드를 투자하고 70,000파운드 컨버터블 노트를 옵션으로 제공한다(컨버터블 노트란 오픈형 전환 사채로 초기 기업 투자에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김창원님이 잘 소개하고 있다.

테크스타즈 런던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투자자들을 초대해서 진행되는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통해 마무리된다. 런던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나 엔젤 투자자들 앞에서 데모를 하는 행사로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유사하다.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 일행이 방문하자 프로그램 매니저 중 한 명인 탁 로(Tak Lo)가 우리를 맞았다. 테크스타즈 런던의 소개가 있은 후 순서대로 5팀이 피칭을 했다. 탁 로는 홍콩 출신이지만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왔었고, 아내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우리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테크스타즈 런던을 소개하는 탁 로

테크스타즈 런던을 소개하는 탁 로


그는 테크스타즈에 팀이 선정되면 2개월 동안은 비즈니스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하지만 나머지 한 달간은 강도 높은 피칭 연습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경쟁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데모데이나 인베스터 데이의 피칭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행들에게 강조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이 짧은 시간 안에 의미 있는 피칭을 하는 훈련은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발된 한국 팀들이 가졌던 가장 중요한 경험 가운데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피칭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소개하기로 하겠다.

테크스타즈 런던 홈페이지

스타트업 위한 아시아 테크허브 만들자

[2013년 11월 28일자 전자신문 ET칼럼에 기재된 글]

최근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 멘토 자격으로 런던과 실리콘밸리를 2주간 다녀왔다. 선발된 5개 스타트업과 함께 해외 투자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션 센터, 새로운 생태계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신선한 도전이고, 의미 있는 일정이었다.

런던과 실리콘밸리는 모두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훌륭한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실천방법에서는 차이가 많았다. 런던은 형성돼가는 생태계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테크시티 프로그램을 통해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어우러져 있지만, 실리콘밸리는 오랜 기간 민간 중심으로 형성된 환경에 의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런던은 자국 스타트업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는 인력들을 유입시켜 유럽의 디지털 허브를 꿈꾼다. 이스트 런던 지역은 기존의 디지털 미디어나 창조적 전통을 바탕으로 이미 1300여개의 회사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CBS가 인수한 라스트에프엠, 트위터가 인수한 트윗덱,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 세콰이어가 투자한 송킥, 야후가 인수한 섬리 등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주요 기업이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 지원하는 `캠퍼스런던`이라는 공동 작업 공간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캠퍼스런던에는 매일 저녁 다양한 모임과 워크숍이 열리고, 시드캠프라는 훌륭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에는 뛰어난 인재들, 훌륭한 투자자들,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들, 인큐베이터와 전문가 네트워크가 있고, 매일 미트업과 워크숍, 세미나가 열린다. 많은 나라에서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하고, 지원 센터 등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실리콘 밸리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다녀간 세계 IT 산업의 성지다.

필자가 이번에 얻은 학습은 첫째,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정부보다는 민간의 역할, 특히 선도 기업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은 민간 역량이 활성화 됐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처럼 민간의 지원 역량과 대기업 참여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정부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나타내기 어렵다. 네이버나 삼성전자 같은 선도 기업이 우리나라 스타트업 활성화에 의미 있는 참여와 환경 제공을 할 필요가 여기 있다.

두번째는 시장이 함께 제공돼야한다는 점이다. 런던은 테크시티에 있는 많은 스타트업 곁에 금융이나 유통, 미디어 대기업이 있어 스타트업들에 기업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공공 시장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세번째, 스타트업도 이미 글로벌 경쟁에 돌입했다. 해외 투자자도 좋은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테크허브에 해당하는 도시에 속속 지사를 만들고, 액셀러레이터들도 글로벌 체계를 만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 중 핵심이 피칭(pitching) 능력이다. 30초, 5분 안에 자신의 사업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슬라이드 없이 말로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현하고, 좋은 인재를 찾는 데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인재 활용이다. 이제 더 이상 한국 창업자와 한국 엔지니어로만 구성된 팀이 아닌, 세계 각국 인재를 끌어들여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는 K팝이 보여주고 있는 다국적 인력 구성, 해외 작곡·작사가, 프로듀서의 참여를 통한 글로벌화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서울이 어떻게 아시아의 테크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가 노력함에 따라 아직 비어 있는 이 위치를 선점할 기회가 남아있다.

테크 시티 (Tech City) – 런던의 테크 허브를 가다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 지역은 영국 런던 테임즈강 북쪽에 있는 쇼딧치(Shoreditch) 지역 즉, 올드 스트리트부터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지역까지를 의미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곳에 미디어와 하이테크 기업이 올드 스트리트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도플러나 라스트FM이었다. 이로 인해 올드 스트리트는 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다.

2013-11-04 12.21.41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라고 부르는 올드 스트리트

테크 시티 소개 비디오: http://www.youtube.com/watch?v=GPAmtzuhjKY

2007년 라스트FM이 CBS에 2억8천만 불에 매각되는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이 형성되어 왔다. 현재 이 지역에서 인수되거나 주목 받는 회사는 트위터가 인수한 트윗덱, 야후가 인수한 섬리, 리드 엘제비어가 인수한 멘델레이(Mendeley), 유명 벤처 캐피털인 세콰이어가 영국에 처음 투자한 송킥(Songkick), 그 밖에도 허들, Conversocial 등이 있다.

이 곳은 런던의 중심가에 비해 거주 비용이 적게 들었고, 미디어와 금융 대기업이 있는 위치에서 가까웠으며, 임페리얼 칼리지 같은 유수 대학이 근처에 있다. 2010년 11월 영국 수상 데이비드 캐머런은 이 지역을 세계 유수의 기술 센터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테크 시티’라는 프로그램이 시작하게 된다. 당시 200 여여 개의 디지털 기업 수가 현재 1,300 개가 넘게 늘어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이다.

캐머런은 2012년 12월에는 올드 스트리트 라운드어바웃에 5천만 파운드를 투입해 스타트업을 위한 새로운 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했다.[1] 400 좌석의 강당, 협업   공간, 다양한 장비를 제공해서 만 명의 인력을 훈련시킬 수 있는 규모의 새로운 장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술 개발 센터, 시스코, 톰슨, UCL은 아이디어런던이라는 이노베이션 센터를, IBM도 창업자 프로그램을 론칭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창업 지원과 새로운 비즈니스 인큐베이션을 위한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건은 2011년 9월 구글이 7층 건물을 구입해 만든 캠퍼스 런던의 설립이다. 여기에는 시드캠프(Seedcamp)와 같은 액셀러레이터, 센트럴 워킹(Central Working)이라는 지하 공간에는 많은 워크숍이나 발표, 공동 작업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캠퍼스 런던 소개 비디오: http://www.youtube.com/watch?v=eL_APnjE_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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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런던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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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워킹의 내부 모습

이 밖에도 테크스타즈 런던, 스타트업 위켄드, 와이라, 더 베이커리, 옥시젠 등의 다양한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가 존재하며 투자 펀드도 속속 형성되거나 이 지역에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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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스타즈 런던이 입주해 있는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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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캠프와 스타트업 위켄드

런던의 테크 시티 프로그램의 특징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던 창업 에코 시스템에 정부가 매우 의욕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여기에 다양한 IT 대기업의 적극 참여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또한 프로그램을 단지 영국의 스타트업만을 위한 것이 아닌 유럽 전역에서 창업 의지를 갖는 재능 있는 인력이 몰려들어 런던을 명실 상부한 유럽의 테크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법인세를 2015년까지 20% 수준으로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특허로 얻은 이익에는 10%의 세금만 적용하고, 연구개발에 의한 세금 절감, 초기 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천만 파운드 이익까지는 10%의 세금을 내게 하는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서 창업자와 투자자에 대한 비자 제공을 위한 이민법을 개정했다.[2]

또한 주변에 있는 미디어, 금융, 리테일 대 기업이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활용함으로써 조기 시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영국 투자 기술처가 다양한 해외 시장 개척이나 영국 진출 테크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런던 앤 파트너는 많은 전문가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이들에 대한 자문이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런던이 미국 실리콘 밸리에 비해 더 뛰어난 환경은 아니지만, 영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회를 ICT 분야에서 찾고 있고, 그 핵심에는 창업가 정신을 고취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인재를 흡수하려고 하는 정책과 이에 적극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이 테크 시티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이번 방문 기간 동안에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