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 골치 아픈 사진 정리도 스마트하게!

올 한 해 노트북도 SSD를 탑재한 빠르고 조용한 제품으로 바꿨고, 스마트폰과 태블릿도 새로 구입했습니다. 새로운 기기로 이사 가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번거로운 작업도 따라오기 마련이죠. 특히 각종 기기에 나눠서 저장돼 있는 파일들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골치거리입니다.

파일을 정리하다 보니 취재 관련 사진부터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사진들까지, 지난 10년간 수많은 기기에 나뉘어 저장돼 있는 디지털 사진들이 한가득 입니다. 책장 속 먼지가 수북이 내린 앨범들은 빛은 바랠지언정 언제든 그 자리에 남아있겠지만, 무심코 PC를 버리거나 하드디스크라도 고장이 나면 디지털 사진이 수많은 추억들을 데리고 순식간에 날아가버릴까 걱정이 됩니다.

언제까지 미뤄 둘 수 만은 없습니다. 날을 잡아 디지털 사진들을 정리할 방법을 모색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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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C와 스마트 기기에 나눠서 보관 : 사진을 매번 여러 기기에 옮겨 담기가 불편하고 스마트 기기의 저장 공간이 부담

가장 편한 방법은 비교적 용량이 큰 PC에 모든 사진들을 몰아서 정리해놓고, 일부 자주 볼 사진들만 골라서 나머지 기기들에 분산해서 복사하는 방법입니다. 익숙한 방법이지만 단점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용량입니다. 고화질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진 한 장에 수 MB씩 용량을 차지합니다. 그간 쌓인 사진을 모두 합치면 수십 GB는 훌쩍 넘기 일쑵니다. 간간히 동영상도 촬영하다 보면 용량 부담은 더 커집니다.

SSD를 탑재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에 사진을 복사해놓고 감상하려면 사진 때문에 일부러 비싼 돈을 더 들여 고용량의 제품을 구입해야 할 지경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스마트한 시대에 같은 파일을 여러 기기에 복사해서 저장하는 것은 스토리지 낭비이자 시대에 뒤쳐지는 방식입니다.

2. 외장형 HDD나 NAS 활용 : HDD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NAS는 비싼 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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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lickr.com,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heipei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쉬운 대안은 외장형 하드디스크나 NAS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기기에 나눠서 저장을 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방법이죠. 그러나 USB로 연결하는 외장형 하드디스크는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을 보고 싶거나 새로운 사진을 저장할 때마다 매번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USB로 연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번거로운 일입니다.

하드디스크를 네트워크에 물려 사용하는 NAS를 활용하면 접근성이 훨씬 향상됩니다. 최신 NAS 제품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제공하기도 합니다. 필요에 따라 용량도 손쉽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쓸만한 제품을 사려면 단번에 수십 만원이 깨집니다. 장기적으로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지 몰라도, 지금 당장 지갑 사정을 생각해보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차라리 PC에 하드디스크를 하나 더 달자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가정에서 NAS를 사용하기에는 다달이 나가는 전기세도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됩니다.

3. 웹하드 및 통신사, 포털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 : 무료 용량은 넘치지만 사진 정리와 감상은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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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클라우드 서비스는 용량은 넉넉하지만 사진을 올려놓고 감상하기에는 부족한 기능이 많다

또 다른 방법은 웹하드나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에 사진을 모조리 옮겨 담는 것입니다. 다양한 통신사나 국내외 포털, 해외 전문업체 등에서 수GB에서 수십GB까지 클라우드 백업 서비스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적절히 활용하면 하드디스크 등 저장 공간에 투자해야 할 용량을 적절히 아낄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동기화 기능을 활용하면 내 컴퓨터의 특정 폴더에 담긴 사진들을 자동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백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N드라이브와 다음 클라우드, T클라우드와 U클라우드, U+박스 등 국내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는 사진을 담아두기에는 편하지만 감상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용량을 줄여 사진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감상보다는 파일 백업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사진을 넘겨보며 옛 추억을 되살려주기에는 UI나 화면 구성이 조잡한 편입니다.

드롭박스, 박스넷 등 해외 서비스들은 지원하는 서드파티 앱이 많아 사진을 보다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무료 용량이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현저히 적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4. 아이클라우드 : 애플 제품만 쓴다면 좋은 선택이지만 추가 용량 가격이 비싸고 애플을 떠나지 못하는 불상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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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에서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갖가지 애플 제품을 애용하는 애플 마니아라면 아이클라우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OSX과 iOS용 아이포토(iPhoto) 앱은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진을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이클라우드에 사진을 올리고 아이포토로 감상하면 많은 문제가 쉽게 해결됩니다.

다만 아이클라우드의 용량별 가격이 클라우드 서비스 중에 압도적으로 비싸다는 점이 걸립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5GB는 아이클라우드 백업 등 다른 기능과 나눠써야 합니다. 추가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0GB에 연간 20달러, 50GB는 연간 100달러나 내야 합니다. OSX과 iOS용 아이포토 앱 가격도 더해집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단점은 내 사진을 몽땅 아이클라우드로 옮겨놨다가는 사진 때문에 애플을 떠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비싼 아이클라우드 가격을 매년 지불하면서 평생 애플 생태계 안에서만 뛰놀겠다는 각오를 한다면 애플은 간편한 사진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기본 제공하는 5GB와 사진 스트림 서비스 정도만 잘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5. 피카사와 플리커 : 사진 정리 및 감상에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 각종 서드파티 앱도 활용할 수 있어 사진 관리에 있어서 최선의 선택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구글 피카사야후 플리커 등 사진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야후 플리커는 세계 최대 사진 공유 서비스입니다.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했지만 무료 계정으로는 매월 300MB까지만 업로드 할 수 있고, 본인의 사진도 최근 사진 200장만 볼 수 있으며 사진 원본을 다운로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3개월에 6.95달러 1년에 24.95달러만 내면 고용량(최대 50MB) 사진 뿐만 아니라 HD 동영상도 무제한으로 업로드 할 수 있고 언제든지 모든 원본 사진을 올리고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가격 이상의 가치를 뽑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취미 수준 이상으로 사진 촬영을 즐긴다면 플리커는 내가 찍은 사진을 전세계 사진 애호가들에게 뽐낼 수 있는 최고의 채널이 될 것입니다. 다만 사진 서비스는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장기간 믿고 써야 하는데 플리커를 운영하는 야후의 미래가 아주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립니다. 물론 야후가 문을 닫더라도 백업 및 이전 서비스는 당연히 제공되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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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사는 여행이나 단체 사진을 올려 놓고 공유하기에 편리하다

플리커의 가격도 부담된다면 구글 피카사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피카사 웹 앨범의 무료 저장공간은 1GB밖에 되지 않지만, 2048×2048 픽셀 이하의 사진과 15분 이하의 동영상은 저장용량 제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고화질 DSLR 파일과 긴 동영상을 원본 그대로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면 피카사는 무제한 공간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피카사는 최근 들어 구글 플러스와 강력하게 통합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을 이용한다면 카메라로 촬영한 모든 사진을 구글 플러스 계정을 통해 자동으로 업로드 할 수 있습니다. PC와 스마트 기기에서 구글 플러스 계정으로 업로드 한 모든 사진은 긴 가장자리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2048 픽셀 크기로 조정되며, 무제한으로 업로드 할 수 있습니다. 2048 픽셀 제한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패드 등 고화질 디스플레이에서 감상하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고화질 원본 사진을 저장해야 한다면 매월 2.49달러에 25GB, 4.99달러에 100GB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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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사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강력한 사진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강력한 사진 편집 및 관리 기능을 갖춘 피카사 데스크톱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피카사만의 강점입니다. 사진 편집 및 관리 기능은 다른 전문 사진 관리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피카사 연동이 잘 돼 있어 피카사 웹앨범을 주력으로 활용한다면 굳이 다른 툴을 고집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구글의 강력한 얼굴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함께 사진을 찍은 인물들을 착착 분류해주는 기능이 매우 쓸 만 합니다.

피카사와 플리커의 또 다른 장점은 해외 사용자들이 많고 API가 잘 마련돼 있어 다양한 서드파티 앱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패드 사용자라면 그 중에서도 Pixite LLC의 Web Albums HD for Picassa and Google+ 앱과 Flickring HD for Flickr 앱을 강력 추천합니다. 가격은 3.99달러로 유사한 앱 중에 다소 비싼 편이지만, 피카사나 플리커의 사진을 일일이 아이패드로 저장하는 대신 그때 그때 필요한 앨범만 캐시로 불러와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패드 저장 공간의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HD 동영상을 보기에는 조금 느리지만, 음악과 함께 다양한 효과를 넣어 즐길 수 있는 슬라이드쇼 기능은 아이포토 다음으로 쓸 만 수준입니다.

또한 가족 여행이나 단체 모임에서 찍은 사진들을 지인들과 공유하기에도 편리합니다. 피카사나 플리커에 앨범을 만들어 올려놓고 해당 앨범만 일부공개로 바꿔서 링크만 보내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사진을 일일이 리사이즈한 다음 분할압축하고 고용량 메일로 일일이 보내줄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피카사나 플리커는 스마트TV에서도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TV 화면에서 사진을 감상할 때에도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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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Albums HD 앱을 이용하면 피카사 웹앨범에 있는 사진을 아이패드에서 멋지게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진 관리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다양한 방법 가운데 굳이 한 가지만 고집할 필요는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용도에 따라 사진 폴더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드롭박스와 국내 통신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나누어 백업을 해둔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날짜별, 주제별로 앨범으로 담아 피카사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옛날 사진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피카사에 날짜별로 앨범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사진 정리를 시작하고 나서 옛날 사진들이 하드디스크에서 하나씩 사라지면서 부족했던 저장공간이 확보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사진을 보관하던 외장 하드디스크도 조금씩 플리커로 이전하면서 가면서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사진 용량을 줄인 덕분에 더 많은 앱과 음악 파일을 담아 다닐 수 있게 됐으며, 특히 아이패드는 피카사 앱을 활용해 사진 용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최고의 사진 감상 기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스마트 기기를 구입하더라도 사진 때문에 일부러 큰 용량을 구입할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

만약 저처럼 다양한 기기에 조각조각 보관하고 있던 디지털 사진들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독자들이 계시다면 이번 주말 시간을 내서 스마트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사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좋은 방법을 아신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